대포동 2호 쏠때까지 대통령에 즉시 보고 안해
국정원장 미사일발사 임박說 와중에 해외 체류중
국방장관, 발사징후 알고도 “합참의장 출국하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의 안보지상주의도 문제였지만, 최근 상황은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선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 내의 안보불감증이다. 이 문제는 북 미사일 발사 때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표면화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1시간40분이나 지난 뒤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 늑장 대응을 연쇄적으로 유발한 직접적 원인이다.

새벽 3시32분부터 시작된 스커드·노동 미사일 발사는 전혀 보고되지 않다가 대포동 2호가 새벽 5시 직후 발사된 후인 5시12분에 노 대통령에게 첫 보고가 이뤄졌다.



◆노동·스커드 위협 안 돼?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6일 국회에서 이에 대해 “스커드는 1980년대 말에 시험발사가 완료돼 실전 배치됐다”면서 “동해상에 쏘기 때문에 국가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은 직접적 안보위협이 아니기 때문에 발사의 배경에 대한 분석을 완료한 후 보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대포동 2호보다 남한과 일본을 겨냥한 중·단거리 스커드·노동 미사일이 우리에게 더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 북한이 마지막으로 발사한 게 1988년이었다.

이번 발사가 18년 만이고, 더구나 미사일 문제로 미국의 요격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국제적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이를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이를 정부 차원에서도 안보위협으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엔 즉각 총리에게 보고됐다.

대통령에게 늦게 보고되니, 대통령 주재 안보관계장관회의가 11시가 되어서야 열렸다. 일본에선 총리 주재 안전보장회의가 7시30분에 열렸다.

만약 실전으로 연결되는 상황이었다면 엄청난 목숨과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정외과)는 “결국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해 정부 담당자들이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장의 경우

정부 내 안보 불감증 사례는 스커드·노동 미사일 미보고뿐만이 아니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지난달 25일 출국했다. 국가 간 정보협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때는 미사일 발사 임박설이 나온 지 일주일 뒤였다. 언제 발사하게 될지 모르는 시점이었다. 김 원장은 5일 발사 시각에도 국내에 없었다. 결국 6일 오후 귀국했다.

국정원측은 지난 4일 발사 임박 보고를 받고 급거 귀국하려 했으나, 직항이 안 되는 나라에 체류 중이어서 경유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6일 귀국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외 방문도 오래 전 약속된 일이라고 했다.

◆합참의장의 경우

군의 현장 최고 사령탑인 이상희 합참의장은 미사일 발사 당일인 5일 출국할 뻔했다. 3일 북한이 항해금지령을 내리는 등 발사의 구체 징후가 포착된 후,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출국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윤 장관이 출국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미사일 발사 직후에야 출국을 취소했다. 합참측은 항해금지령이 4~11일에 걸쳐 있었고, 출장 국가가 중국이어서 갈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군 최고 사령탑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상황 인식은 위험할 정도로 가볍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언론 비난

정부가 처음부터 이번 사태의 기본 성격을 ‘군사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외교적’인 것으로 봤다는 점도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군사적 측면을 배제하는 듯한 태도는 상황의 오판과 엄청난 손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정부 최고위층의 기류는 “발사가 임박하지 않았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로 연결됐고, 심지어는 “일부 언론은… 부디 불필요한 군사적 논란에 너무 시간을 소모하지 않기를 바란다”(청와대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는 등의 주장으로 이어졌다./신정록기자 jr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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