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선박 10여시간 동안 통보 못받아
3일전 北출어금지령 감청… 위험 안알려


북한이 지난 5일 새벽 첫 미사일을 쏘기 20여분 전에 우리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미사일이 날아온 바로 그 동해 상공을 지나간 사실이 6일 뒤늦게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미사일 발사 전에는 물론 발사된 뒤에도 항공사나 선박회사 등에 아무런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오후 5시22분 북한의 7번째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인 오후 3~5시 사이에 미 동부 지역에서 인천으로 오는 4편의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 지역을 그대로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첫 미사일을 쏜 시각은 오전 3시32분. 아시아나항공측은 “미국 시카고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OZ 235편이 문제의 하늘을 지난 시간은 오전 2시30분~3시10분 사이였다”고 밝혔다.

당시 항로도를 보면 OZ 235편은 북극 쪽에서 러시아를 지나 미사일이 연달아 떨어진 동해 상공을 정확히 지났다.

보잉 747 기종인 OZ 235편에는 승객 223명과 승무원 12명 등 모두 23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미사일의 비행 시간과 고도를 알 수 없어서 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항공사 설명이지만 아무런 위험도 사전에 알지 못한 채 수많은 승객이 문제의 하늘을 날았던 것이다.

그 뒤로도 뉴욕에서 오는 KE 082, 애틀랜타발 KE 036, 워싱턴발 KE 094, 시카고발 KE 038 등 네 편의 대한항공 여객기가 미사일이 발사된 부근 항로를 지났던 사실이 확인됐다. 탑승객 숫자를 모두 합치면 1100여명이나 됐다.

항공사측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비행 주의경고가 없었다”고 했다.

부근에서 조업하던 어선들도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자기들 어선에 대해선 3일부터 출어(出漁) 금지를 비밀리에 사전 통보하면서 주변국에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이는 항공기와 선박을 위협하는 행위를 할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사전 통보하도록 돼 있는 ‘시카고 조약’과 ‘솔라스 협약’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북한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 대응은 더 문제다. 당시 280여 척이 부근에서 조업 중이었던 일본 어민들은 미사일 발사 후 5시간이 지난 8시53분에야 긴급대피령을 발령했다고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런 긴급대피령 같은 것을 사전에는 물론 미사일 발사 위험이 여전한 6일 밤까지도 하지 않고 있다. 실제 북한은 첫 번째 무더기 발사 후 12시간 만에 미사일 한 발을 동해로 더 발사했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통지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운항하지 말라는 주의도 내리지 않았다”며 “안보 당국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국회에서 “이미 지난 3일부터 북한의 출어금지 명령을 감청을 통해 알고 있었다”고 했다. 자기들은 알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는 어떤 위험도 알리지 않은 셈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발사 여부가 불확실했고 안보와 관련된 정보 사항이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들의 안전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민간항공사나 해운사에는 대외비로 통보할 수 있었고, 설령 정보사항이라도 수많은 국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당분간 위험 해역인 ‘캄차카 반도→동해 항로’ 대신 ‘태평양→일본 횡단 항로’로 우회하는 방안 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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