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대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과연 이에 응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14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의 연기 여부를 한때 검토했지만 ‘지금이 대화에 나설 때’라는 여론을 감안해 계획대로 개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응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남북은 지난 4월 열린 18차 회담에서 이번 회담의 일정을 확정한 이후 최근까지도 연락관 접촉을 갖고 세부 일정을 조율했지만 5일 미사일이 발사된 이후에는 아직 만남을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개막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앞으로 2∼3일 내에는 대표단 명단이 교환돼야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주말까지 대표단 명단 교환만 이뤄지면 회담이 열리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 “의제 등은 만나서 정해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미사일을 쏜 북한과 무슨 대화냐’는 일부 지적을 무릅쓰고 회담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북측도 회담을 앞두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다른 의제는 제쳐놓고 일단 미사일 문제가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여 북측 입장에서 대화에 나서는 것 자체가 상당히 껄끄러울 수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북한 인사를 만난 이상 재차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사일 발사를 ’정상적 군사훈련’으로 규정한 북한이 순순히 수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 나서서 딱히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이 북한측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회담에서는 비료 추가지원과 쌀 차관 지원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우리 정부는 미사일 발사 이후 이를 보류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현재로선 협상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또 18차 회담에서 논의하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와 지난달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2차 회의에서 합의한 ’선(先)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후(後) 경공업 원자재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의 실행 등도 북측 입장에서는 부담스런 의제라는 평가다.

따라서 얻을 것이 없는 북측이 미사일 발사가 ’정상적 군사훈련’임에도 이를 문제 삼아 대북 추가 지원을 보류한 남측 당국을 비난하며 회담 연기를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대화 카드를 꺼낸 우리 정부의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을 우리 정부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대화의 손을 내민것은 설사 북측이 회담 연기를 요청한다 하더라도 우리 주도로 회담이 연기된 것보다는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내기 쉽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북측이 이 같은 불리한 제반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화에 응한다면 이번 미사일 사태 해결은 물론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정상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고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도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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