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파키스탄, 核·미사일 기술 ‘교배’

이란과 파키스탄은 5일 실패로 돌아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포동 2호의 개발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북한과 함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의 삼각축(軸)을 형성하고 있다고 서방 군사전문가들이 지적했다.

특히 이란의 주력 미사일인 샤하브 3호와 파키스탄의 미사일 가우리 2호는 사실상 북한이 개발한 중거리 노동 미사일(사정거리 1000~1300㎞)과 동일하다고 영국의 탄도미사일 전문가 던컨 레녹스는 밝혔다.

군사전문지인 ‘에이비에션 위크 앤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의 크레이크 코벌트 편집장은 “대포동 2호 개발은 북한과 이란 기술이 교차 교배한 결과”라고 말했다.

◆북 ICBM 개발에 눈독 들이는 이란=이란이 대포동 2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앞으로 수년 내 발사하려는 170~250㎏의 통신위성 ‘조흐레’의 발사체로 대포동 2호가 적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1998년 시험발사했던 대포동 1호는 유효탑재량(payload)이 100㎏ 미만이다. 이란은 ‘조흐레’의 발사체로, 러시아 로켓 외에 대포동 2호에 기초한 자체 미사일 개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는 밝혔다.

이와 관련, 산케이 신문은 지난 1일 “이란인 미사일 기술자 10명이 최근 북한을 방문했으며, 방문 목적은 대포동2호 발사 준비에 참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북한의 미사일 협력 역사는 깊다. 북한이 1987~1988년 월 8~10기 생산 체제를 갖춘 스커드 미사일 100기를 이란에 팔았고, 이란은 이를 이라크와의 전쟁에 썼다.

이란은 또 북한이 1993년 노동 미사일, 1998년 대포동 1호를 시험발사했을 때 직접 참관했다. 북한의 노동 미사일은 이란 샤하브 3호의 원형(原型)이 됐다. 또 사정거리 3000~4000㎞로 추정되는 노동B 미사일은 지난 1월 17일 이란에서 시험 발사됐다.

이란은 2004년 9월 샤하브4 미사일(사정거리 2000~2500㎞)의 발사 능력을 갖췄다고 발표했는데,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샤하브4가 대포동1호의 기술에 기초한 것으로 본다.

◆북, 파키스탄과 핵·미사일 기술 맞교환=미 의회조사국(CRS)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파키스탄은 1980년대 비슷한 시기에 각각 탄도미사일 기술과 핵탄두용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성공했다.

1993년 파키스탄 관리는 북한의 노동 미사일 첫 시험 발사를 참관했고, 같은 해 파키스탄은 북한의 지도를 받아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액체연료 추진체인 가우리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 말 북한으로부터 12~25기의 완성된 노동 미사일을 공급 받았다. 파키스탄은 반대 급부로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A Q 칸 박사의 연구소에서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와 핵탄두 디자인을 북한에 제공했다. 가우리 미사일을 개발한 파키스탄 내 연구소 역시 칸 연구소였다./이철민기자 chul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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