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극대화 ‘허찌른 불장난’

북한이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한 5일 새벽은 미국 시각으로 미국의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4일)이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발사하는 날이기도 했다.

북한이 이 같은 미국 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치밀한 계획 아래 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통상 미사일 발사 시점으로 택하는 ‘낮시간’이 아닌 새벽을 택한 것도 이례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런 발사가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북한 정부 내에서 발사 자제를 주장하는 측과 발사를 원하는 군부 간의 갈등에서 일단 군부가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고 교수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더 이상 우리를 압박하면 이판사판’이란 점을 극적으로 강조하려고 미 독립기념일, 디스커버리호 발사 등을 고려한 것같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호의 경우 그동안 발사 연기를 거듭하다가 이날 발사된 만큼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돼 있어 북한이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양자회담에 응하지 않으려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독립기념일을 택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이를 위해 최대한 충격과 압박을 미국에 주려고 한 것 같다. 98년 대포동 1호 때처럼 발사 자체를 협상 돌파구로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한 곳이 아닌 다양한 곳에서 미사일을 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는 미국과 일본을 향해 ‘우리의 미사일 발사 능력을 쉽게 제거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그동안 ‘한두 발밖에 못 쏜다’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대량 보유국이란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의도를 담은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미사일 수출 재개에 필요한 기술력 과시 차원에서 이번 실험을 강행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영수 교수는 “수출이 목적이었다면 그 나라에서 시험을 하고 돈을 받으면 되는데, 굳이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북한이 시험 발사를 했겠느냐?”라고 했다./김봉기기자 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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