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 없다’ 이판사판式 도발 “추가 1발은 美폄하에 반발 대응”

북한이 5일 무더기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이유로는 먼저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한 무력시위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초부터 미사일 발사 준비를 시작했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에 대해선 회의적 전망이 많았다.

특히 미사일 발사가 미뤄지면서 “결국 쏘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 능력이 ‘실제 상황’이란 것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을 미·북 양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 이미 북한은 관영 매체와 조총련 기관지 등을 통해 미사일문제에 관한 기본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초청을 거절한 사실을 비난했다.

핵·미사일 등 안보 현안을 풀려면 미·북 양자 협상에 응하라는 취지였다. 한성열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도 같은 주장을 했다. 위기 상황을 만들어 협상으로 이끄는 것은 북한이 상용해온 수법이다. 실제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해 1년 뒤 미·북 협상에서 타협을 이끌어냈었다.

북한 입장에선 미사일을 쏴도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이 위폐문제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대북 압박에 나선 상황이라 이미 제재를 받을 만큼 받고 있으니 추가 조치에 특별한 게 없을 것이라고 봤을 수 있다. 또 미사일 시험 발사를 규제할 국제적 장치도 없는 상태다.

북한이 이번에 대포동 2호와 노동 등 다른 미사일을 무더기 발사한 것은 대포동 발사의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미사일 1발을 쏘나 무더기 발사를 하나 북한이 지불해야 할 대가는 비슷한 반면 효과는 훨씬 더 크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5일 새벽 6발 발사 후 이날 오후 추가로 1발을 발사한 까닭은 뭘까. 전문가들은 미국이 오전의 미사일 발사를 ‘실패’로 규정하자 이에 대한 반발성 대응 차원에서 취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제사회의 규탄에 전혀 기죽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특히 일본이 이날 만경봉호의 입항을 금지하자 ‘일본은 북한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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