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쏘지말라” 南 경고 비웃듯 감행
DJ방북·철도연결 무산이어 꼬이는 南北


북한이 5일 우리 정부와 미국·중국 등의 계속된 경고와 당부에도 불구하고, 무더기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남·북관계도 총체적인 위기를 맞게 됐다.

올 들어 북한이 잇달아 남북 합의 사항을 일방적으로 취소, 남·북관계가 꼬여가던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정부는 미사일 위기가 불거진 지난 5월 이후 세 차례나 북한에 미사일 발사 자제를 촉구했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21일 한나라당 보고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쌀이나 비료 지원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대북 제어력의 한계를 보여준 대목이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에 따른 조치로 쌀과 비료의 대북 추가 지원을 유보할 경우, 남·북관계는 2000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정부는 이날 북한에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6자회담 재개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남·북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철도 시험운행을 분(分) 단위 행사 일정까지 합의해 놓고, 행사 하루 전에 이를 파기했다.

북한은 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세 번이나 방북해달라고 초청해 놓고선, 막상 김 전 대통령이 가겠다고 하자 지난달 말 연락을 하지 않아 이를 무산시켰다.

또 북한 조평통 안경호 서기국장은 지난달 10일 평양 행사에서 “한나라당이 권력을 잡으면… 온 나라가 전쟁의 화염 속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광주 6·15 행사에 북측 민간 대표단장으로 참석해 우리측이 자제 요청을 거듭했음에도 한나라당 비난 발언을 계속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고집하는 가운데 미국도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한국은 북·미 간 틈바구니에서 시간만 보낸 셈”이라며 “일관된 원칙과 구체적인 콘텐츠 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온 정부 정책이 이런 난맥상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옥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사일 발사 징후가 5월 중순부터 있었는데,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정부가 미국과 잘 공조해 한목소리를 내도 해결이 어려운데 미사일 발사 전부터 개성공단과 금강산사업은 계속하겠다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북한이 남한을 신경이나 쓰겠느냐”고 말했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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