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전격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제사회가 각종 대북 제재 조치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국제규범이나 양자·다자간 합의사항 등을 위반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사안을 회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에서 북한이 국제 규범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제재 수위를 강구하는데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미사일 관련 국제규범체계로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와 ‘탄도미사일 확산방지를 위한 헤이그지침’(HCOC) 등이 있지만 이는 기술이전을 통제하기 위한 신사협정 내지는 선언적 신뢰구축 조치에 불과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적용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울러 북한과 미국·일본 간의 합의물인 미사일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관련 약속도 북한이 위배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의 1999년 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에 한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한다는 전제조건이 명시돼 있음을 감안할 때 북미 양자 대화가 차단된 현 상황 하에서는 ‘미사일 발사유예’에서 자유롭다는 북한의 주장에도 일면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항공기나 선박의 안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하면서 아무런 사전 예고를 하지 않았다면 국제 규범 내지 관례를 어겼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언급했다.

미사일 발사에 앞서 북한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국제해사기구(IMO)에 발사 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ICAO나 IMO에 미사일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박 또는 항공기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행위를 하기에 앞서 선박안전에 대한 국제 협약인 솔라스(SOLAS) 협약과 국제민간항공협약(시카고협약) 등에 통보 책임이 있음을 규정하는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제재수단은 없지만 국제 관례로 통용되는 의무를 저버린 격이 되는 만큼 ICAO 및 IMO 당사국인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

실제로 북한이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한스 달그렌 유엔 안보리 의장은 대 언론 성명에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그와 같은 행위는 지역내 어업 및 선박활동에 위험을 가하는 처사로 간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ICAO나 IMO도 그해 10~12월 북한이 사전 통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내용을 의장성명 등에 넣어 북한에 사실상의 경고를 했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의 궤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이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키는 어렵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해도 항로 또는 해로와 관련이 없는 곳으로 발사했다면 다른 문제가 되기 때문에 미사일 궤적·낙하지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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