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한의 대포동 2호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북한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5일 새벽 전격적으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지만 35초만에 실패로 끝남에 따라 북한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것을 잃는 게임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집중시켰다는 점은 나름대로 이득을 본 대목으로 평가된다.

지난 5월초부터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이 나오면서 국제사회는 과연 북한이 언제 미사일을 쏠 것인지에 주목했고 미국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북미 양자회담의 조속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갔다.

리처드 루가(공화)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을 사정권에 뒀다면 “북미 양자간 문제”라며 조지 부시 행정부에 북미 양자간 미사일 협상을 벌일 것을 촉구했고 척 헤이글 의원(공화. 네브래스카주)도 “북한과 직접 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빠르면 빠를수록 더 일찍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핵개발에만 미국 부시 행정부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는 점에서 북미 양자회담이 시급하다는 여론을 만든 것은 성과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발사 가능성 만으로도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만큼 발사를 강행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이점.

반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결국 35초만에 실패로 귀결됨에 따라 소득보다는 잃은 것이 큰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 됐다.

우선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이 35초만에 동해상에 추락한 것은 북한의 조잡한 미사일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이지만 국제사회가 안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했다.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은 1천550㎞정도 날아가 태평양 상공에서 떨어지면서 국제사회에 북한 미사일의 위협성을 높였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특히 그동안 대포동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제기된 북미 양자회담 조속개최 주장의 근거가 ’북한의 미사일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라는 논리였다는 점에서 35초만에 실패한 미사일은 양자회담 개최의 시급성을 반감시켰다.

여기에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그나마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는 국가의 입지를 좁혔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외교활동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발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자국 주재 북한대사를 초치해 우려를 전달하는 비교적 강한 조치를 취했다.

또 남한 정부는 5일 발표한 입장에서 “북한이 이번 발사를 강행한 것은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 국민의 대북정서를 악화시키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명치 못한 행위로서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비료.식량지원 등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을 언급했었다.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의 반대를 무릅쓴 미사일 발사가 ’실패’로 끝나면서 관계악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손 안에는 아무런 이익도 쥐지 못하게 됐다.

이와 함께 이번 장거리미사일 발사의 실패는 북한 내부적으로 군부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북한의 정치지형상 이번 미사일 발사는 성공할 것임을 주장하는 군부의 ’큰소리 치기’에 따라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1998년과는 달리 35초만에 미사일 발사가 실패함에 따라 강경 군부세력의 잘못된 상황판단과 정세분석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당국자는 “북한의 정치시스템상 군부는 성공을 주장하면서 이번 발사를 밀어붙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실패로 끝난 만큼 오판에 따른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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