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권주자들의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에서는 ‘안보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전날 토론회에서 감정 싸움 양상을 보였던 당권 후보 8인은 이날 약속이나 한듯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논평’을 빼놓지 않았고 자연스레 공세의 타깃도 경쟁후보에서 북한 정부와 여권 쪽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정보력 부재가 이 같은 사태를 야기했다고 비판하면서 당이 안보의식 확립과 한미공조 강화를 통해 정권을 탈환하는 데 자신이 적임자라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정통 우파’를 자임해온 후보들의 목소리가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컸다.
부산MBC 주최 TV토론에서 전여옥(田麗玉) 후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북핵이 자기방어 수단이라고 했는데 그 결과가 미사일 발사”라며 당이 안보에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근(鄭亨根) 후보는 이종석(李鍾奭) 통일 장관과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국가안보 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정당 출신으로 일부 후보로부터 정체성 공세를 받고 있는 이재오(李在五) 후보와 소장·중도개혁파 단일후보인 권영세(權寧世) 후보도 안보론에 가세했다.

이 후보는 “이 정부는 북한을 돕자고만 하니 미사일 발사와 같은 일이 난다”며 “대표가 되면 남북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대미공조를 확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후보는 “안보가 흔들리면 민생도 책임을 못진다. 안보 문제는 한나라당이 붙들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어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이방호(李方鎬) 후보는 “북한에 쌀, 돈, 비료를 줬지만 돌아온 것은 핵무기와 미사일”이라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창희(姜昌熙) 후보도 “노 정권은 오늘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 얼마 전만 해도 인공위성이라고 우겼다”면서 “이런 무능정권, 좌파정권은 바꿔야한다”고 비판했다.

정형근 후보는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테러배후에 북한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개각 등과 관련한 국민 불만을 못듣는 노 대통령은 쌍꺼풀이 아니라 귀고막 수술을 해야 하고, 국민과 거꾸로 간다면 귀뚜라미 보일러 대통령, 청개구리 대통령”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당권주자들은 이날 토론회, 연설회 장소가 부산이란 점을 의식, PK(부산.경남) 표에 대한 구애공세도 벌였다.

충청권 후보인 강창희 후보는 “청년장교 시절에 진해 육군학교와 경남대학원 다녔다. 이곳은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인연을 강조했고, 이재오 후보는 “이 지역 출신인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에게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한 뒤 최형우(崔炯佑) 전 의원과 같이 뜻을 모아 정치를 했다”며 지역민심을 자극했다.

강재섭, 이재오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됐던 전날까지의 양상과는 달리, 이 지역 출신인 정형근, 이방호 후보에게 경쟁후보들의 질문과 덕담이 몰려들기도 했다.

한편 강재섭 후보는 이날 연설회에서도 양복 상의와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들판형 투쟁보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김대업 같은 자가 다시 나타나서 당 대선후보를 훼손하면 광화문 네거리에 드러누워 버리겠다”고 ’강한 대표론’을 내세웠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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