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와 납북자가족협의회(회장 최우영)는 4일 “김영남(45)씨가 자유스럽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의 정치 선전을 했다”며 김씨의 ’돌발입북’ 경위와 요코다 메구미 사망 주장을 반박했다.

두 단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진실이 가리워지고 있다는 실망과 절망감이 든다”면서 “북한은 납치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가족들에게 사죄하며 모든 납치 의혹자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송환하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일 이사장은 “남한과 북한이 진실을 잃어버린다면 무엇이 남겠는가”면서 “남북 교류도 좋지만 진실이 없는 것이야말로 남북한 모두에게 가장 큰 악몽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가난 때문에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북한에 눌러있게 됐다는 이야기는 어머니(최계월)에 대한 폄하”라면서 “천륜보다 강력한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구조됐다며 납치를 부정한 것도 예견했던 대로”라고 말했다.

메구미 사망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의 DNA 검사를 더 믿고 메구미가 아직 살아 있다고 본다”며 “김영남씨 가족의 상봉을 보면서 이런 방법으로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작별상봉 당시 김씨의 눈물을 보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느꼈다면서 “북한은 더 이상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우리 정부도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우영 회장은 “김씨가 납북이 아니라고 주장했을 때 이전 의거입북을 말하던 납북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면서 “이산상봉을 통한 만남은 송환과는 거리가 먼 슬픈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김영남씨 가족이 8월 평양에서 다시 만난다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김씨 가족이 다른 가족보다 빨리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납치피해자 가족의 피나는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며, 정부는 나머지 납북 고교생에 대한 진실규명과 적극적인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이번 이산가족 특별상봉 기간(6.28-30) 북녘 남편 리봉우(81)씨를 상봉하려다 북측의 ’재확인 요청’으로 무산된 유정옥(76)씨도 참석했다. 유씨는 기자회견 직후 긴장과 피로 탓에 탈진,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는 유씨의 상봉 불발과 관련, 정부에 북측의 일방적인 ’행정착오’ 통보에 대한 사실규명과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면담할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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