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납북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씨와 관련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일본 언론의 평양 초청을 추진하는 것은 메구미씨 문제를 털지 않고서는 북일관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2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화해 무드가 메구미씨 유골의 진위 여부가 문제로 불거지면서 경색 국면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대일 청구권을 비롯한 일본의 경제 지원을 바라는 북한이나 고이즈미 총리 퇴임 이전에 북한과의 관계에 이정표를 세우려는 일본이나 모두 내심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초청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 북 ‘직접 와서 확인해라’ = 북한이 일본 언론을 평양으로 초청하려는 것은 그동안 수 차례 메구미씨와 관련된 의혹을 해명하려 노력했지만 일본이 믿어주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직접 와서 확인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구미 문제 해결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이고 일본과의 수교로 이어질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사일 발사 움직임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부정적이고 미국이 연일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건드리는 상황에서 메구미 문제를 계속 끌고가다가는 국가 이미지가 더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02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만나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결단’을 내리고 유골까지 보내는 노력을 했음에도 일본 여론이 악화되자 억울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북한이 김영남씨의 기자회견을 허용하고 김씨가 그의 가족을 북한으로 초청한 것도 메구미씨 문제는 어떻게든 털고가자는 북측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이처럼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결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일본의 도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일제시대 피해에 대한 대일 청구권을 행사해 보상을 받고 메구미씨 문제가 불거진 뒤 중단된 식량원조를 재개시키기 위해서는 일본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일본, 북한 초청 받아들일까 = 북한이 일본 언론인 초청을 제의했지만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초청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금은 일본의 전반적인 우경화와 극히 악화된 대북 여론때문에 일본이 북한에 대해 냉정하게 대하고는 있지만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이 동북아의 맹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가 없는 고이즈미 총리도 오는 9월 임기 만료전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이뤄 ‘역사적 정치가’로 남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일본이 북한의 초청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초청에 응해봤자 북한에게 명분만 안겨줄 뿐 과연 메구미씨 사망 여부를 비롯한 의혹이 명확해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일본 일각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일본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선다 해도 일본 언론이 가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일본 정부도 억지로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의 일본 언론 초청이 성사돼 북일관계 해결의 돌파구가 생길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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