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노무현 정부의 외교는 요령부득 그 자체다. 한반도 안보 위기를 만들어 미국과 협상하는 식의 게임은 북한이 상용하는 수법이다.

핵 카드가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그 소재를 미사일로 바꾼 게 최근 다시 불거진 북한 미사일 문제다. 그런데 이를 다루는 이 정부의 솜씨는 영락없는 초보 수준이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은 하고,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같은 진영에서 게임을 풀어 가야 할 동료 선수들로부터는 따돌림을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 브리핑은 “정부는 전략적으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 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스트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단 북한이 이런 유의 게임을 시작하면, 한·미·일이 손발을 맞춰 가면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던 게 과거의 대북 공조였다.

물론 이전에도 이들 3국 사이에는 불협화음도 있었고, 대북 공조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적어도 북한이 원하는 방식대로 게임이 풀려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 왔다. 여기서 필수적인 것이, 한·미·일 공조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적게 하고 공통점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을 협의하기 위해 통화했다는 10여 개국 정상 명단에서 노 대통령은 빠져 있었다. 또 한·미·일 정부 당국자들의 말에 담긴 강조점과 뉘앙스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 입을 통해서 나온 북한의 ‘위성 발사 가능성’이다. 북한이 시험발사하려는 게 정말 미사일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통상 미사일에 쓰는 고체 연료 대신,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한다는 등의 몇 가지 근거도 제시했다.

위성 발사설의 출발은 북한이다. 북한은 1998년 8월 말 일본 열도를 가로질러 태평양에 떨어진 발사체가 ‘광명성 1호’ 위성이었다는 주장을 펴 왔다. 미국도 미사일로 단정짓진 않았다. ‘3단계 발사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탄두에 미사일을 장착하면 미사일이 된다. 더욱이 연료가 액체냐 고체냐 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구분법이다.

보통 미사일에 쓰는 연료가 고체이지만, 소련과 중국 등 동구권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쓰는 경우도 꽤 있다. 북한의 스커드, 노동 미사일은 모두 액체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을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미사일 얘기를 할 때면 으레 “북한이 얻을 실익(實益)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일 가능성을 앞장서 얘기하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실익이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근 만난 한 여당 의원은 “요즘 한국 외교는 ‘X맨’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X맨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편을 돕는, 한 TV 오락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한국 외교가 같은 진영에서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이렇게 빗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 정면 대립하는, 강경 자주노선을 걷는 것도 아니다. 미국 문제를 다루는 외교관들에게 한·미관계를 물으면 “별로 나쁠 것도 없다”고 한다. 미국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들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에도 국내적으론 아직도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지만, 정작 북한이 노무현 정부에 대해 크게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다. 줄 것 다 주면서도 ‘X맨 대접’이나 받는 처량한 신세가 된 셈이다. 이러니 ‘외교 무능(無能) 정권’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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