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비정규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력기획틀(force planning framework)을 바꿈에 따라 한미 연합군도 북한의 급변사태를 상정한 주작전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원곤 연구위원은 2일 발표한 '미국 전력기획틀의 변화 와 한국 방위'라는 제목의 정세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그동안 전력기획틀이었던 '1-4-2-1 태세' 개념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같이 주장했다.

'1-4-2-1 태세'는 본토를 방어(1)하고 4개의 전진배치된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4)하며 2개의 중첩된 군사작전 수행 때 적을 신속하게 격퇴해 결정적인 승리를 보장(2)하고 제한된 수의 우발사태에 대응(1)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럽, 중동, 아시아연안, 동북아를 상정한 '4'가 사라지고 대규모 재래전을 상정한 '2'에 대한 비중을 낮추었으며 제한된 수의 우발사태에 대응한다는 '1'도 특별히 강조하지 않고 있다고 박원곤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은 전력규모를 2개 지역 동시 대처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테러전에 따른 순환기지 및 유지 소요 등을 고려해 운영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과거처럼 한반도와 중동의 유사시를 상정해 전력 소요를 산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대규모 전시증원군을 상정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한미간의 주작전계획이 대규모 전쟁을 상정하기 보다는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로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남침으로 야기되는 대규모 전쟁에 대한 대비보다는 북한 내부 변화로 인한 급변사태에 더 비중을 둘 것이라고 박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요구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와 북한의 안정화 작업을 중시할 것"이라면서 "이미 미국은 한반도 급변사태와 관련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나름의 작전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한미간 공통계획이 없으면 미국의 독자행동 범위가 확장되고 우리의 의사 반영도나 통제범위와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도 입장을 정리해 미국과 함께 북한 급변사태 대비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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