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여름 선유도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쪽배를 타고 표류하다가 북한 선박의 구조를 받았다는 김영남(45.당시 고교 1년)씨의 주장은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김씨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위치한 선유도 주변의 해수 흐름과 지형 등이 어떤지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산대 이상호(물리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 선박이 군산 근처에 와 있지 않는 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바닷물은 6시간 동안 나갔다가 그 시간 만큼 들어오기 때문에 어느 한쪽 방향으로 계속 표류한다 해도 5㎞ 이상은 가지 못한다”면서 “5㎞면 말도나 관리도 등 고군산군도 부근까지 밖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씨의 말대로 쪽배를 타고 북한 해역까지 가려면 적어도 한 달 가까이 걸린다”면서 “이는 선유도 주변 바다의 물흐름상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선유도 주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이 교수의 논리와 비슷하다.

선유도 2구 김덕수(61) 이장은 “우선 선유도 해수욕장은 북쪽, 서쪽, 남쪽 모두 섬으로 막혀 있어 쪽배가 표류해 빠져 나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김 이장은 이어 “선유도에서 표류하면 썰물 때는 서남쪽인 부안군 위도 방면으로, 밀물 때는 동쪽인 군산 방면으로 흘러간다”면서 “따라서 인천을 경유해 정북 방향으로 표류해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당시 선유도에는 노젓는 배는 있었어도 쪽배는 없었다”면서 “주민 가운데 쪽배는 물론이고 배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해수산연구소 손재경 박사(해양생태 전문가)는 “바닷물의 흐름은 썰물과 밀물의 영향을 받는 조류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해류로 나눌 수 있다”며 “김영남씨는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조석간만에 따라 섬에서 멀어진 뒤 서해 연안 해류(황해난류)를 따라 북쪽으로 흘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영남씨의 주장대로 쪽배에 탄 뒤 잠깐 잠든 사이 썰물에 실려 섬에서 멀어 진 뒤 해류에 따라 북쪽 방면으로 표류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분석이다.

한편 김씨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실종 당시 여학생을 둘러싸고 불량배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등의 정황은 대체로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실종사건을 다룬 전북일보 1978년 8월 17일 사회면 기사에는 “...사고당일 여자친구인 조모양(18·서울 종로구) 등 2명과 4명이 선유도에 간 후 이날 하오 7시쯤 불량배인 김모(22)씨가 여자관계로 시비를 걸어와 김군을 해수욕복 차림으로 해변 우측으로 끌고간 후 돌아오지 않자...” 등의 내용이 실려있다.

선유도는 군산시 고군산군도에 속한 섬 중의 하나로 면적은 2.13㎢(해안선 13㎞)이며 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선유도 북단에는 해발 100여m의 선유봉이 있으며, 선유봉 정상의 형태가 마치 두 신선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 선유도라 불리게 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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