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김영남(45)씨와 그 가족들의 상봉기간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며 초특급 대우로 일관했다.

김씨의 북측 가족은 상봉 둘째 날인 29일 개별상봉장인 해금강호텔까지 별도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다. 다른 북측 상봉자들은 버스를 타고 왔지만 김씨 가족은 번호판 ’평양 73-319’의 현대 카운티 미니버스를 이용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해금강호텔 1층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는 북측 상봉자들이 남측 가족이 묵고 있는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섰지만 김씨 가족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김씨 가족에 대한 북측의 각별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개별상봉 뒤 공동오찬 때는 전날 단체상봉 때처럼 김씨 가족이 별도의 방에서 점심을 먹도록 했다. 김씨는 오찬에서 어머니 최계월씨를 위해 팔순 잔칫상을 준비하기도 했다.

북측 당국자들은 김씨 가족과 남측 취재진의 접촉 기회를 철저하게 제한했다.

28일 첫날 단체상봉 때 김씨 가족이 만나는 별도 방에 남측 취재진을 6명으로 제한했고 다음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도 남측 취재진 중 7명만 입장하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을 전해오기도 했다.

김씨와 어머니 최씨의 모자상봉 모습도 사전에 약속된 시간에 한해 공개됐다. 김씨 가족 주변에는 북측 당국자로 보이는 전담 안내원 4-5명이 늘 따라 붙었다.

김씨는 28일 첫 날 상봉행사 때 건장하고 훤칠한 외모로 남측 당국자와 취재진을 다소 놀라게 한 데 이어 둘째 날에는 어머니 최씨에게 줄 휠체어를 하룻만에 마련해오는 수완을 발휘했다.

김씨는 첫날 만찬상봉 때 최씨가 타고 있던 휠체어가 대한적십자사 공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누나 영자씨에게 “엄마에게 새 휠체어를 하나 선물하고 싶다”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김씨는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룻밤 사이 약속한 새 휠체어를 마련, 개별상봉장에 나타났다.

김씨가 하루 만에 최씨의 팔순 생신상과 새 휠체어를 마련한 것은 북측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북측에서 김씨의 탄탄한 지위를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이날 어머니 최씨의 팔순 선물로 90년 된 북한산 산삼, 고려청자 기법으로 제작한 식기세트를 준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상봉 마지막 날인 30일 작별상봉에서도 김씨의 ’놀라운 능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김씨가 29일 공동중식 때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팔순잔치 관련 사진으로 가득 채워진 사진첩을 들고 나온 것이다. 김씨는 “우리 측 관계자들이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북측은 김씨 모자상봉이 포함된 4회차 상봉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평양에서 여느 상봉행사 때 보다 40여명이나 많은 행사요원을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이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처리되는 것을 본 우리 측 당국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또 상봉행사가 열린 금강산호텔 주변에는 김씨 모자상봉과 관련한 것으로 추정되는 평양 번호판을 단 벤츠 승용차 7-8대가 항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북측 당국은 물론 남측 취재진의 관심이 김씨 모자의 상봉에 집중되자 다른 남측 상봉자들 사이에 “김씨 가족만 이산가족이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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