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혜경은 딸의 아명… 日 유골갖고 유치한 주장”

김영남씨는 29일 오후 4시 어머니 최계월씨의 휠체어를 밀면서 금강산호텔 2층 회견장에 도착했다. 이 휠체어는 김씨가 선물한 것으로 ‘Dr.K’라는 미국 제품이었다.

김씨는 재혼한 부인 박춘화씨에 대해 “당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장인은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통일 부문 관련 사업을 하고 있으며 중요한 직책”이라고 했다.

김씨는 일본인 피랍자 요코다 메구미씨와 어떻게 결혼했는지에 대해 86년 일본어를 배우면서 가까워졌다고 했다. 딸 은경양의 이름이 ‘혜경’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아명이 혜경”이라며 “(본명을) 공개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 혜경이라 고쳐 말했다”고 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거친 말로 여러 번 공격했다. 김씨는 “(일본이) 유골을 여기저기 나눠주며 감정 놀음을 벌인 끝에 가짜라는 졸렬하고 유치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견 말미에 “내 문제는 이것으로 막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북·남 간에 별별 사건이 다 있었지만 6·15를 계기로 다 털어버렸다”며 “이제 와서 콩이냐 팥이냐 과거사 따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와 누이에게 8월 중 아리랑 공연 때 평양에 와서 내가 어떻게 사는지 한 번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누나 영자씨는 북측 기자단이 ‘소감’을 묻자 “동생이 여기서 당당하게 사는 것보다 더 이상 멋진 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 기자회견에는 어머니 최계월씨와 영자씨도 참석했다. 북측의 거짓 주장에 이용당한 셈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특별한 의미는 없고,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 참석한 것 아니겠느냐”고만 말했다.

북측은 이날 회견에 앞서 김씨 어머니의 팔순상을 차렸다. 김씨는 어머니에게 선물을 건네며 “제가 마련한 산삼인데 90년짜리”라고 했다. 북측은 김씨 가족의 식사 장면을 5분만 공개하려다 20분으로 연장했다.

한편 우리측 상봉단장으로 참석한 한완상 적십자총재는 다른 이산 가족들이 “언론들이 김씨 가족만 다루고 있다”고 하자 “언론들의 냄비 근성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김씨 기자회견 직전 우리 기자들에게 “남북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화해 보도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금강산 공동취재단
안용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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