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뇌다친 적 없다” 반박… 日언론 “한국, 이번 행사로 납치문제 잊나”


◇ 납북자 김영남씨의 전처 요코다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橫田早紀江·가운데)씨가 29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영남씨의 메구미 사망 주장은 절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橫田滋)씨. /AP


29일 김영남씨의 기자회견 내용을 지켜본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는 “처음부터 속이 들여다보이는 연극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딸이 죽었다는 주장은 절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橫田早紀江·70)씨는 “김씨의 말이 본심이 아닐 것”이라면서, “어제도 (모자 상봉 때) 감시원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여러 곳에서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남씨가 ‘메구미가 어릴 때 뇌를 다친 것이 원인이 돼 우울증에 걸렸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열세 살 어린 나이에 그런 참혹한 납치를 당하면 누구라도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당연하겠다”면서 “세 살 때 계단에서 굴러 혹이 생긴 정도 이외에 뇌에 손상이 갈 만한 사고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계월·김영남 모자 상봉을 보는 일본인들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이질감과 위화감을 토로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김영남 회견을 “남북 간의 정치쇼”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어린 혜경이를 기자회견에 등장시켜 이용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 “김씨가 ‘인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런 말을 쓸 수 있는 입장이냐”, “한국은 이번 행사로 납치문제를 잊어버리는가”라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한 TV 진행자는 상봉 첫날 김영남씨 누나 김영자씨가 “메구미에 대해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앞이 캄캄하다”며 실망과 분노를 표시했다.

일본측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영남과 메구미 사이에 난 딸 이름이 지금까지 ‘혜경’으로 알려졌다가, ‘은경’으로 바뀐 것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0대 소녀까지 가명을 써가며 이용했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감정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납치피해 가족회’는 메구미에 대해 제기한 의문점들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당국이 당초 메구미의 사망시기를 1993년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1994년이라고 정정한 이유에 대해 김영남씨는 얼버무렸다고 지적했다.

일본으로 귀국한 납치피해자들이 1994년에 메구미씨와 같은 지역에 살았다고 증언하자 사망 시기를 바꿨다는 주장이다. “김영남은 메구미와 불화로 헤어졌다”는 증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혼 후에도 메구미의 유골을 소중히 보관했다는 ‘기행(奇行)’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도쿄=정권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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