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시 ’효자 막내’에서 회견시엔 ’통일일꾼’

“엄마, 나 맞아” “이제 효도 좀 하께”...“일본이 감정놀음을 벌인 끝에 졸렬하고 유치한 주장을 하고 있다”

’납북 고교생’ 김영남(45)씨는 28일과 29일 금강산 호텔에서 가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막내티’ 어린 모습과 북한의 ’통일일꾼’으로서의 두 얼굴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씨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전 부인 요코다 메구미씨와 관련, “(일본이) 유골을 여기저기 나눠주며 감정놀음을 벌인 끝에 가짜라는 졸렬하고 유치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며 “남편인 나와 메구미에 대한 모욕이고 참을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쏘아붙였다.

김씨는 자신의 입북과정도 “북한의 납치도, 자진 월북도 아니다”고 밝히며 “불순한 정치적 이용을 막아달라”고 정치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는 가족과의 상봉에서 줄곧 보여줬던 웃음띤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시종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김씨의 이런 모습은 팔순 노모의 최계월(82)씨를 만나 28년간의 기나긴 세월을 뚝 잘라 내던지기라도 하듯 대뜸 “엄마”라고 부르면서 “오래 사셔야 해”라고 친근감을 주는 반말까지 쓰던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가족 상봉장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에 시종 웃음띤 표정을 지으며 ’세련미’와 여유를 보이는가 하면 어머니에게 ’북한식 팔순상’을 올리며 산삼을 선물하는 등 ’뒤늦은 효도’에 정성을 쏟던 모습도 뒷전으로 밀리는 듯 했다.

그의 두 얼굴 행보는 28년간 자신의 생사를 알리지도 못했던 ’이산가족’인 동시에 자신이 밝힌 것처럼 북한에서 ’특수부문’으로 불리는 통일사업을 하고 있는 ’대남사업 담당자’라는 신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북한에서 공작원 양성학교인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을 졸업하고 대남공작기관인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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