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환율문제 등…대외관계 해결이 ’근본문제’

대부분의 개혁은 구질서의 틀을 깬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수반하기 마련이고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축으로 하는 북한의 개혁도 예외가 아니다.

2002년 실시된 7.1조치는 임금 및 상품가격의 현실화, 시장기능의 도입, 기업별 독립채산제의 강화, 각급 공장.기업체의 개건(개선).현대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1948년 정권이 수립된 이후 중앙집권적 명령형 경제체제를 유지해온 북한에서 국내경제부문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한 것은 사실상 7.1조치가 처음인 만큼 각종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주민들의 실생활을 압박하는 부작용은 역시 인플레이션.
저렴한 국정가격제 속에서 생필품 난을 경험한 북한 당국은 각종 상품의 가격 현실화를 단행했고 시장기능을 활성화 하면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주의적 요소를 도입했지만 상품 부족에 따른 공급기능의 부재는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또 노동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 임금을 현실화했지만 이는 역으로 통화팽창으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은 고육책으로 물가상한선제도 등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공급부문에서의 동맥경화로 생겨난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개혁조치로 가격 자율화를 도입했지만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면서 인플레가 발생하고 있다”며 “물자공급이 부족한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북한 경제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 중의 하나로 환율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북한의 공식 환율은 1달러당 143원(북한 원)이지만 지난해 북한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1달러당 3천원을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공식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편차가 큰 것은 북한 원화의 가치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으며 결국 경제정상화의 걸림돌의 하나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한 주민들 중 일부는 음성적 방법으로 외화를 번 뒤 이를 암시장에 내다 팔아 상당한 규모의 환차익을 거두고 있고 불로소득으로 볼 수 있는 환차익은 북한 일반주민들의 근로의욕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다음 단계의 경제개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 원화의 가치 재조정 등 금융과 화폐 부문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의 사례에서도 개혁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분야의 개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물가의 상승과 환율문제가 개혁으로 인해 부수적으로 생겨난 부작용이라면 7.1조치라는 경제개혁을 추동해나갈 산업능력의 미비는 북한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이고 7.1조치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북한은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3.26전선공장 등 평양의 중요 산업시설에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면서 개건.현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생산설비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해외로부터의 설비 구매가 불가피하지만 북한의 외환보유능력에 비춰 구매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고 결국 산업시설 현대화의 속도도 굼뜰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북한의 산업시설들은 에너지난이라는 압박에 노출돼 설비를 갖추고도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미국의 경수로 공급에 목을 매는 것도 결국은 경제난을 풀기 위해서는 에너지난의 해소가 절실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2002년 의욕적으로 경제개혁에 돌입했지만 핵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강화됐고 이로 인해 경제개혁 추진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북한 개혁의 성공은 대외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와 연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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