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조사국 라파엘 펄 선임연구원은 29일 북한이 유엔 산하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 대표단을 초청한 것은 “체면을 잃지 않으면서 마약거래에서 점차 손을 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7일 “하미드 고즈 전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국제마약통제이사회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밝혔으나 대표단의 방문 목적 등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펄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뒤 “북한이 만약 이번에 마약관련 조약에 가입할 의사를 진지하게 표시하고 마약 생산과 거래를 중단할 뜻을 밝힌다면, 북한을 대하는 국제사회의 태도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마약 관련 국제조약에는 ▲양귀비 재배와 히로뽕 거래를 막기 위해 1961년 체결된 ’마약에 관한 단일 조약’ ▲환각제와 각성제의 남용을 막기 위해 1971년 체결된 ’향정신약품조약’ ▲마약 원료의 불법 거래와 자금세탁을 감시하기 위해 1988년 체결된 ’마약 신조약’이 있으며, 북한은 유엔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3대 마약 관련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펄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이 관련 조약에 가입하더라도 의무사항들을 철저히 지키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예를 들어 필요한 경우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가 직접 북한에 들어가 조사활동을 벌여야 하는데 북한이 과연 이를 허용할 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북한의 마약거래 활동이 뜸해지기는 했지만 마약거래를 완전히 중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북한은 특정 불법행위가 적발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 일단 활동을 중단하고, 다른 불법행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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