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母子 28년 만의 상봉


◇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가 28일 납북자 김영남씨의 모자 상봉을 TV로 지켜본 뒤도쿄의 중의원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정권현특파원


메구미 부모 인터뷰
“외손녀 홀로 떠도는 느낌”
“김영남씨 모자가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다행이지만, 우리는 북한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요코다 메구미의 아버지 시게루(橫田滋·73)씨와 어머니 사키에(橫田早紀江·70)씨는 28일 오후 일본 중의원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김영남씨 모자 재회 장면을 TV 화면을 통해 지켜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버지 시게루씨는 “영남씨 어머니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꼭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28년 만에 재회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만나서 잘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당장 북한에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TV 화면에 비친 손녀 은경(혜경)양에 대해서는 “15세 때인 지난 2002년에 봤을 때 모습은 얼굴이 빨갛고 어린애 같았는데, 4년 만에 다시 보니 얼굴이 희고 ‘어른이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큰 것 같고 얼굴은 조금 변했지만 건강해 보인다”며 애틋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 사키에씨는 “(사돈이) 자식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진실은 모른다. 어쩐지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복잡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키에씨는 “북한의 모략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절대로 휘둘려선 안된다’ 고 생각하고 TV를 지켜봤다”면서 “김영남씨가 ‘아내는 사망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메구미는 절대로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V화면에 비치는 손녀 혜경이가 가족 가운데서 홀로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 외롭게 보여서 슬펐다. 딸과 함께 하루 빨리 일본에 데려오고 싶은 기분밖에 안 든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혜경이가 왜 외롭게 보이느냐’는 질문에는 “내 생각에 왠지 그렇게 보인다. 진짜어머니가 없으니까, 혼자서 고독감을 감내하는 그녀도 또 한명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고, 새삼 납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日정부·언론 반응
“상봉 성사… 정치적 의도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28일 납북된 김영남(45)씨와 어머니 최계월(82)씨의 극적인 재회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NHK 등 방송들은 김영남씨 가족 상봉 소식을 현지 영상을 통해 전하면서, 특히 김씨와 요코다 메구미 사이에서 태어난 딸 은경 양도 참석했다고 속보로 전했다.

일본에서는 북한이 김영남씨 가족 상봉을 허용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당국이 메구미의 전 남편인 김씨와 딸을 내세워 메구미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게 함으로써 납치 문제를 종결 지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그동안 메구미가 사망했다는 북한측의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북한 당국은 메구미가 1994년 사망했다고 유골을 일본측에 보내왔지만, 일본측은 자체 감정을 근거로 ‘가짜’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양측은 국교정상화 협상을 중단한 채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왔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피해자의 상징적 인물인 요코다 메구미의 전 남편이 공개석상에 등장함으로써, 그가 메구미의 생사에 대해 어떤 증언을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사망했다고 한 메구미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어디까지 밝혀질지가 초점”이라며 “북한측이 이번 재회를 통해 김씨 납치의 경위와 메구미에 관한 정보를 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북한측 의도에 따른 내용일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납치피해자 가족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02년 메구미의 남편이라며 일본 정부 대표단에 소개된 ‘김철준’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메구미 부모 앞으로 보낸 편지를 공개하고 메구미의 생사에 관해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도쿄= 정권현 특파원 khjung@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