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살기로 했는데…만나게 돼 기쁘다”

“나도 납북자 가족이라 죽기살기로 상봉을 추진했어요.”

최성용 남북자가족모임 대표는 28일 김영남-최계월 모자 상봉을 지켜보면서 “이번 만남이 납북자 문제의 분수령이 되길 바란다”며 감격했다.

속초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소식을 듣고 있는 최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영남 가족의 상봉을 납북자 문제가 풀리는 ’진일보’라고 평한 뒤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김씨 가족과 함께 상봉을 추진해온 인물.

그는 2004년 9월 중국에서 국군포로 유해 송환을 추진하다 정보원으로부터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 한국인이다. 다른 학생들과 함께 끌려온 또래다”라는 얘기를 듣고 어떤 납북 고교생인지 확인을 시작했다.

최 대표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거구나’라는 직감이 들었다”며 ’김철준’(당신 북한이 밝힌 메구미의 남편 이름)의 사진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는 납북 고교생 다섯 가족의 DNA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신경 건드리지 마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어려움이 많았다.

최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4일 머리카락, 혈액 등을 모두 얻은 뒤 한국과 일본 정부에 “DNA를 확보했으니 비교·분석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납북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던 일본 정부가 이 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최 대표와 일본 당국자는 1월24일까지 세 차례 서울에서 ’비밀회담’을 가지면서 입장을 조율했다.

최 대표는 “당시 나는 일본의 납북자 단체가 ’김철준’을 북한의 공모자로 안 좋게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본 정부가 자꾸만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려 들어 협상 결렬을 선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3차례의 DNA 검사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요구를 했고 일본 정부는 이를 수락, DNA 샘플을 가져간 뒤 4월11일 “김영남 가족의 DNA와 요코다 메구미의 딸 김혜경의 DNA가 일치한다”는 발표를 냈다.

최 대표는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한 테러 소문도 나돌아 신변의 위협도 많이 느꼈다”면서도 “김철준이라는 인물이 김영남으로 압축되면서 더욱 확신을 갖고 상봉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8일 김씨의 가족이 북한에 상봉 및 송환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북한에서 돌연 (상봉) 발표를 해, 기자회견장이 환영식 장이 됐다”며 일본이나 남한 일부에서는 제3국 상봉을 주장했지만 먼저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어 “(납북자) 가족이 아니고서야 그 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면서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만 말고, 이를 계기로 납북자 문제를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우리 정부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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