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이견은 중국의 안이한 대응 불러
강압·회유 적절히 섞어야 가장 효과적
◇ 신성호 교수
강압외교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인 빅터 차 박사가 주장한 매파협상(Hawk Engagement) 전략에 기초한다.
이 전략은 먼저 미국이 한번 더 북한과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을 신뢰해서라기보다는 북한이 협상에 불응하거나 또다시 기만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강력한 압박을 행사하기 위한 명분 축적을 위해서이다.
6자 회담은 미국의 이러한 전략을 시행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다. 미국으로서는 회담참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미국의 협상에 대한 성의를 과시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불성실한 태도로 협상이 파기될 경우 그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미국은 북한의 본색을 드러내기 위한 매파 협상 전략 속에서 이미 전방위적인 압박외교를 서서히 시행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평화 협정 논의 등의 회유책도 동시에 제시하면서 북한의 회담복귀와 협상을 촉구하는 한편 회담 실패 시 본격적 강압외교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
강압외교는 위협수단의 종류와 정도, 요구와 위협의 긴박성에 따라 크게 ‘시험과 전망’ ‘점진적 나사 조이기’ ‘암묵적 최후통첩’ ‘최후통첩’의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미국 재무부는 2005년 9월 마카오의 북한 대외교역 창구인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와 함께 북한 자금을 동결하였다. 2006년 5월에는 북한 탈북자에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정치적 망명’을 허용함으로써 북한 인권법 발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인권압박 조치를 취하였다.
이는 미국이 압박의 강도를 서서히 높여감으로써 직접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피하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암시하는 쪽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취해진 미국의 강압외교는 ‘시험과 관망’ 및 ‘점진적 나사 죄기’ 전략의 혼합이라고 할만하다. 이는 현재 6자 회담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강압외교로 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가중되는 미국의 강압외교에 맞서기 위한 방법으로 북한은 남한과의 민족공조를 더욱 강조할 것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강압외교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중국의 대북지원이 계속되는 한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의 강압외교에 대해 북한이 핵 실험 등 극단적 대응으로 나오거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중국도 차선책으로 미국의 강압외교에 동참하거나 북한 내부의 정권교체 등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