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단체·가족 “기대 속 상봉 지켜볼 것”

납북자 단체와 가족은 27일 김영남(45)씨 가족의 금강산 상봉을 앞두고 이번 만남으로 납북자 문제 해결의 물꼬가 터지기를 기대했다.

이들은 또 납북자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곁들이는 식이 아니라 따로 떼어내서 남북이 논의하고 송환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영남씨 가족과 함께 속초에 집결한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김영남 가족 상봉이 납북자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이용되지 말고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특히 “김씨 가족 상봉은 북한이 자진해서 주선하고 학생 납북을 인정한 (남북) 합의적인 상봉”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이를 계기로 보다 많은 국민이 납북자 문제를 인식하고 향후 특별법 제정, 생사확인, 송환까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납치문제의 정치화에 나서고 있는 일본 측 단체 및 언론과 ’결별’을 선언하는 등 김씨 가족이 장소와 상관없이 우선 상봉하기를 주장해왔다.

납북자가족협의회의 최우영 회장도 “북한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순수하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신사답게 풀어줬으면 한다”면서 “이후 다른 납북 학생 4명의 상봉도 이뤄지고 송환까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최 회장은 “북한이 (김영남 가족 상봉을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때 우리 정부가 좀 더 노력하면 문제가 풀릴 것 같다”며 “일회적인 상봉이 아니라 계속 만날 수 있고 결국에는 송환까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이 문제를 ’입장 표명’의 수단으로만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도 있지만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인 역량을 모을 수 있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면서 납북자 가족들이 ’햇볕정책의 진정한 수혜자’가 되기를 희망했다.

김씨와 같은 납북고교생인 이민교(47)씨의 어머니 김태옥(75)씨는 김영남 가족의 금강산 상봉에 대해 “일단 기다려 봐야 한다”면서도 “어떻게든 학생들만이라도 먼저 상봉할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하고 기대를 내비쳤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지난 1977-78년 납북된 고교생 5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고 김영남, 이민교씨 등 학생들이 ’이남화(以南化) 공작 교관’으로 활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시납북자 생사확인 및 송환을 추진하고 있는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도 “김영남씨 가족 상봉이 부럽다”며 “납북자 가족으로서는 그만한 일이 없다. 순수하게 인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나아가 “전시 납북자는 (전후 납북자보다) 생존 가능성이 더 낮다”면서 “납북자의 생사확인을 받고 유해라도 남녘으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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