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7.11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독자 후보를 내기로 한 한나라당내 소장·중도파 모임 ‘미래모임’의 모임 내 예비후보 간 ‘끝장 토론회’가 열린 자리다.

현재 ‘미래모임’ 내에서 당권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는 당내 소장파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의 남경필 의원(3선)과 중도 성향 의원모임인 ‘푸른정책연구모임’의 공동대표 권영세, 임태희 의원(이상 재선) 등 3명.

이들은 토론회 모두 발언과 공통질문 답변 등을 통해 ▲우파 공동체주의(남경필)와 ▲제3세대 기수론(권영세) ▲보수 대혁신(임태희) 등을 각자의 기치로 내걸고 “2007년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바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차기 당 대표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특히 남 의원은 “국민들은 지금 이 자리에 앉은 우리들을 통해 한나라당의 미래를 본다”며 “우리 셋 가운데 당 대표가 나오는 게 옳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회 초반의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자마자 시작된 후보자간 신경전과 격론에 곧바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권영세-임태희, 남경필 ‘우파.호남 연합론' 십자포 공세

‘우파.호남 연합론’을 제기한 남경필 의원은 권영세-임태희 의원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했다. 임 의원은 “남 의원이 당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우파.호남 연합론’은 또 하나의 세(勢)불리기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2002년 대선 때도 많은 의원들이 한나라당에 합류해 세를 불렸지만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

그는 “남 의원이 ‘우파 공동체주의’로 포장한 ‘호남 연대론’은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구태의연한 지역연합에 불과하다”며 “차기 대선에서는 40대가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

40대 중년, 지역적으로는 중부권,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이념적 중도파인 이들 ‘4중’을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의원 또한 “‘연대론’과 같은 패배주의적이고 소극적인 정치공학은 시기상조라며 우파에 대한 개념 정립 등 자강(自强)이 우선해야 한다”면서 “남 의원의 호남 연대론은 결국 민주당과 합당하자는 것으로 ‘3김시대’로 반동적 회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은 산업화도 민주화도 아닌 ‘제3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이념보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남 의원은 자신의 주장은 “일반적인 우파 연합론이 아니라 ‘선진화’라는 정책에 동의하는 세력이 함께 힘을 모아 집권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 의원은 “당의 혁신과 변화가 대선 승리의 첫 번째 조건”이라며 “호남과 충청권, 그리고 민주화 세력과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과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선 공동체를 위한 시장경제 원리와 우파 공동체주의의 기치 아래 ‘국가 선진화’를 주도해야 한다”면서 “안정적인 집권 기반 마련을 위해 한나라당과 호남의 건전 보수 세력도 손을 잡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각 후보자들은 이어진 개별 질문에서 주요 정치 현안 등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소신 있게 피력했다.

권영세 “분권형 공천 아주 잘된 제도… 지금은 개헌할 때가 아니다”

권영세 의원은 지난 5.31지방선거와 관련, “한나라당의 분권형 공천은 앞으로 계속해서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아주 잘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당 소속 중진의원들에 대한 수사 의뢰 등 공천비리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 태도에 대해서는 “굉장히 전향적이고 칭찬받아 마땅하나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는 부분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점에서 반드시 절차가 제대로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기초의원 선거구에 대한 현행 중선거구제는 “지역간 소지역주의 발생과 지역 대표성을 고려,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반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정당에 따라 후보자를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책임정치’의 차원에서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어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 “기본적으로 헌법은 국가의 기본 틀”이라며 “해당 국가의 구성원이 그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개헌론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정치공학적인 국면 전환 이슈와 비슷하게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반대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어 “헌법은 추상적이어서 해석하기에 따라 사회 변화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며 “지금은 헌법을 고쳐야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헌에 따른 통치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차원에서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가 더 맞다고 본다”며 “‘오세훈 효과’에서 봤듯이 정치인을 총체적으로 불신하는 상황에서 내각책임제는 현실적으로 안 맞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당의 ‘브레인’인 여의도연구소(여연)의 위상 및 기능 등과 관련해서는 “민생과 자강을 위해 한나라당의 중장기 정책을 계속 생산하는 연구소가 되지 못하고 몇 번의 여론조사 실시와 세미나 개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좀 어렵더라도 재원을 몰아줘서 실질적인 연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여연이나 당내에 ‘공약 점검 위원회’를 만들어 “당의 기존 공약에 대한 실천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태희 “사학법, 다른 법안과 연계 처리에 반대… DJ, 정치적 이용 우려”

임태희 의원은 “선진국과 같이 원외 인사가 당 대표직을 맡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당 대표는 누가 당을 제일 잘 이끌 수 있느냐가 결정의 기준”이라며 “원내외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임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의 현실은 내년 대선이라는 생사가 걸린 싸움을 앞두고 있는 만큼 원외 인사가 이를 진두지휘하고 당의 역량을 총집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또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다른 법안과의 연계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재개정 노력을 해야겠지만, 다른 교육이나 민생 문제가 걸린 중요 법안이 사학법 때문에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콧’과 사학법 연계처리 방침에 따른 국정 파행에 여론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사학법은 분명히 잘못된 법이고 고쳐야 할 법이나, 만약 이번에도 사학법에 대한 우리의 뜻을 관철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이 법안을 주도적으로 개정할 수 있을 때 사학법을 반드시 개정토록 하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하고 다른 법안 처리엔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6.15 남북공동선언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방북 계획 등과 관련, “기본적으로 남북 관계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정치적 이유”라며 “김 전 대통령의 남북 화해 및 협력을 위한 노력은 평가하나 그의 재방북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어 상당히 문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남북 관계 완화는 마치 한나라당이 호남 지역을 대하는 것과 같이 일관성 있고 진정성 있게 지속해야 한다”며 “개방 경제로 나오고 교류 협력을 늘릴 때 북한에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계속 설득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인권 문제 등 기본적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권 문제 제기는 필요하다”며 “만약 남북간 경제협력과 인권 문제가 충돌한다면 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 후에 비로소 실질적으로 상호 공동 이익이 되는 경제협력 모델을 북한에 제시함으로써 남북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경필 “강삼재-김덕룡 복귀, 큰 틀에서 잘 판단하길… 감세안, 자기 발목잡기 될 수도”

남경필 의원은 강삼재 전 의원의 7.26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경남 마산갑 공천 신청과 김덕룡 의원의 정치 재개 움직임 등에 대해 “두 분 모두 당에 대한 공헌이 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한나라당의 방향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미래로 가는 것으로 국민 앞에 정해져 있다”고 사실상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강 전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해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옛 안기부 돈이 아닐 뿐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데 대한 무죄는 아니라는 의견이 높고, 김 의원 또한 본인과는 무관하다고 증명됐으나 부인이 돈을 받은 건 확실하다”며 “거목(巨木) 정치인답게 (자신들의 행보가)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큰 틀에서 잘 판단해 결단을 내림이 옳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또 국회의원으로서 겪는 대의정치 추구의 원칙과 표심에 따른 대중적 인기영합 등에 대해 “이상적으로 말하면 무조건 대의명분에 따르는 게 맞지는 현실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다만 사안별로 고민하고 깨어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려면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미국처럼 상원이 국가적인 큰 문제에 대해 지속성을 갖고 대의정치를 추구하며, 하원은 각 지역 및 지지기반의 표심을 반영토록 하는 게 옳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의 감세 정책 및 ‘작은 정부’ 기조와 ‘폭주하는’ 복지 수요의 조화 문제에 대해서 남 의원은 “세금만으로 복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은 잘못”이라며 “시장을 충실히 성장시킨다면 전체 국가의 ‘파이’가 늘어나므로 같은 비율을 잘라도 더 많은 복지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고 ‘선(先)성장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는 당의 감세 정책과 관련해서는 “향후 기초생활연금제 등을 도입하고 우리나라의 복지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세금을 늘려야 한다”며 “감세 정책은 스스로에 대한 발목 잡기가 될 수 있어 대선을 위한 당의 정책으로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1, 2차 ‘결선투표’ 통해 30일 최종 단일 후보 확정… 후보 간 연대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이들 3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남 의원이 여론조사상 다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당내 분석. 그러나 2차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만큼 후보 간 연대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미래모임’은 28일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1차 여론조사(30% 반영)를 벌이고 29일 1인3표제의 가중 투표(70% 반영)를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실시해 단일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나, 1차 투표 및 여론조사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안 나올 경우 2차 투표와 여론조사를 진행, 30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미래모임’의 선거인단으로는 지난 주말까지 의원 및 원외 위원장 29명이 등록했으며 마감일인 27일까지 30~40명이 추가 등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데일리안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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