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잘 살아줘 고맙다고 힘껏 보듬어 주고 싶어."

28년만에 납북된 아들 김영남(45)씨를 만나게 되는 최계월(82.여.전주시 호성동)씨와 누나 영자(48)씨는 27일 오전 생사조차 몰라 가슴 졸여왔던 혈육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고교 시절 아들의 건장한 모습만 기억 속에 남아있다"면서 "장성한 아들을 만나면 그동안 살아 있다는 것과 가정을 이룬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북에 있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에게 줄 선물보따리를 펼쳐보이며 "아들이 밝은 색 옷을 입으면 젊어 보일 것 같아 분홍색 셔츠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항상 손에 차고 다니며 남녘의 가족들을 생각하라는 뜻에서 시계를 샀고 상비약, 영양제, 화장품과 함께 김씨가 평소 즐긴다는 담배 등도 넉넉히 준비했다.

최씨는 "영남이가 실종된 후 나의 삶은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면서 "아들 얼굴을 보고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 영자씨는 "그동안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도록 멍이 들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며 "어머니는 동생을 만난다는 설렘에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 안쓰러워했다.

상봉을 주선한 납북자 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북한이 처음으로 김영남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납북자 문제에 역사적인 획을 긋는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상봉을 계기로 하루 빨리 납북자 가족 전체가 상봉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딸 영자씨와 함께 이날 오후 속초에 도착, 하룻밤을 묵은 뒤 28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아들 영남씨를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최씨의 자택에는 CNN과 아사히TV를 비롯해 3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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