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개발구에 있는 남북 IT협력 전문기업인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 북측 IT 기술자가 동료들과 함께 남측 강사가 내준 과제를 풀고 있다./연합

지난 23일 오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개발구에 자리잡은 남북 IT협력 전문기업인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는 북측에서 온 교육단 34명이 남측 강사가 내준 숙제를 해결하느라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지난 5일부터 3개월 일정으로 네트워크 관련 IT기술을 가다듬기 위해 단둥에 온 북측 IT교육단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평양컴퓨터기술대학, 조선컴퓨터센터(KCC), 평양정보센터(PIC) 등 내로라하는 북측 IT 교육기관 및 연구소에서 파견된 엘리트들.

이중에는 이제 갓스물을 넘겨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연수생도 있었지만 환갑이 훨씬 지난 64세의 만학도도 포함돼 있었다.

최고령 연수생은 다름 아니라 작년까지 현대와 금강산관광 업무를 맡았던 북한의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 전 사장 방종삼(64)씨. 이번에 교육단장 자격으로 단둥을 찾은 방씨는 “앞으로 여생을 IT 분야에 바치겠다”며 향학열을 불태웠다.

이날 학생들이 받은 과제는 3-4명씩 조를 짜서 교육실에 설치된 컴퓨터의 네트워크 구성을 다시 하는 것이었다. 과제를 받은 학생들은 서로 아이디어를 짜내며 해법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난 뒤인 오후 1시30분. 북측 IT 기술인력의 연수를 맡고 있는 고려대정보통신대학원의 김진수(39)씨가 채점할 시간이 되자 북측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서서히 긴장감이 내비치기 시작했다.

채점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아직 차례가 돌아오지 않은 연수생들은 “더 좋은 해답이 없을까” 계속 토론을 진행하면서 컴퓨터 키보드를 조작하느라 분주했다. 또 한 연수생은 강의실 바깥에 있는 베란다에 나가 계속 책을 뒤져보면서 고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제를 깔끔히 해결해 놓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한 연수생은 기다림이 지루했던지 같은 조로 편성된 연수생들과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있다. 그는 “과제가 어렵지는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며 여유있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런 강의실 풍경은 남이나 북이나 별다른 차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을 맡고 있는 김씨는 “교육 시간에 학생들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주기 위해서는 나도 틈틈이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해야할 정도”라며 북측 IT 연수생들의 열의를 높이 평가했다.

이들 연수생은 교육 기간이 끝날 무렵인 8월말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관촌(中關村)을 방문해 선진 IT 연구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또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는 이들 연수생과는 별도로 북측 IT 기술자 60여명이 나와 남측의 다산 네트웍스와 공동으로 네트워크 장비에 탑재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었다.

단둥에 상주하고 있는 리창훈(37) 북측 개발단장은 남북 IT협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인력을 확충해 개발쪽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광승(45) 하나프로그람센터 사장은 26일 “앞으로 1년에 3차례씩 북측 IT인력에 대한 연수를 실시해 자바(JAVA. 미국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사에서 개발한 객체 지향성 프로그래밍 언어), 컴퓨터 애니메이션 및 게임에 적용되는 3D기술로 교육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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