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으로 국제사회가 떠들썩한 가운데 정작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보도 통제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사일 문제로 시끄러웠던 지난주 북한 국영방송에서는 미사일 위기를 다루는 대신 옛소련 작가 막심 고리키의 소설을 극화한 22회 연작 드라마 ’어머니’의 마지막 회를 방영했다고 25일 평양발 기사로 보도했다.

2천300만 북한 주민들 거의 대다수는 북한의 핵무기 계획과 이로 인한 북한의 고립에 대해 완전히 깜깜한 상태에 있고, 미국을 위협하는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평양의 한 식당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우리가 진짜 대륙간 로켓을 가지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그렇다면 “이번에 미국, 백악관 부시 대통령의 창문으로 바로 발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미사일 문제를 몰랐던 것으로 보이는 식당의 여 종업원도 “우리는 미국과 전쟁 중이고, 주변에 많은 스파이와 반역자들이 있다”며 “비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우리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보도 통제 속에 중국 기자 2명과 러시아 기자 1명으로 구성된 평양 주재 외국 특파원단이 미사일 문제에 대해 던진 질문들도 평상시처럼 무시됐다.

중국과 러시아 외교관들조차 미사일 문제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해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평양 주재 외교관들은 국제사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 발사를 추진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대외 협상력을 강화하고,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라고 대체로 분석하고 있다.

한 러시아 외교관은 “최근 여기 상황은 미국 워싱턴의 입장을 변화시켜 북한 기업에 가해진 제재를 풀고, 미국과 직접 양자회담을 시작하기 위해 벌어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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