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선 인정 못받으면서 역사 앞에서만 인정받으려”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23일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및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기와 관련, 참여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 의원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미사일 관련 대응책은 직전 국민의 정부에 비해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방향은 맞지만 과정이 섬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지난해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 공동성명’은 사실상 채택 그 다음날 깨졌다. 지금 그 ‘클로징 코멘트’(마무리 연설)를 공개하면 (판은 더) 깨지고 만다”면서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이 성공한 것 처럼 대규모 축하연을 벌이면서 국민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는 역사 앞에서만 인정을 받으려 하기 때문에 말이 앞서고 비난을 받는 것”이라면서 “현실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면서 왜 역사 앞에서만 인정을 받으려 하는냐”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특히 참여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 통일외교분과위 출신 인사들의 최근 만찬 회동을 문제 삼아 “현 정부의 외교정책 책임자들이 무사안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 위기가 진행중이던 지난달 30일 이종석(李鍾奭) 통일장관과 청와대 안보수석, 합참 작전부장, 공군 준장, 병무청장 등 인수위 출신 인사들이 서대문의 한 음식점에 모여 군납 양주 10병을 갖다 놓고 자화자찬하며 승진 축하파티를 했다”면서 “이런 무사안일식 태도로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장관은 “인수위 통일외교분과위 출신 인사들이 1년에 1-2번씩 만나고 있다. 그 날 모임도 승진축하를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면서 “그 자리에서 자화자찬은 없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9.19 공동성명이 파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과 관련, “9.19 공동성명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지만 그 다음날로 깨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반기 국회에서 법사위원이었던 최 의원은 지난 1월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NSC 문건을 건네받아 이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로 이번 후반기 국회에 통일외교통상위원으로 배정받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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