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워싱턴에서 개최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등 한반도 안보문제를 비롯한 한ㆍ미관계 전반에 대해 폭넓은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북핵 및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비롯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와 주한미군기지 이전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문제 등 양국간의 각종 주요 현안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경주 한미정상회담이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했다면, 이번 9월 워싱턴 회담은 경주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현안들에 대한 보다 구체적 이행방안을 도출하는 회담의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은 따라서 각종 현안을 둘러싼 한미 양국간의 민감하고도 미묘한 입장차를 좁히면서 한미동맹의 틀을 재확인하는 방향에 대화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은 23일 회담 추진 배경에 대해 “가까운 동맹일 수록 조율해야 될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민감한 사안일수록 서로 인식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기초해 동맹의 분위기를 협력적인 방향으로 조율해나갈 필요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북핵문제 = 두 정상이 경주정상회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토대 위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론을 놓고 집중적인 의견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북핵문제의 대화방식을 둘러싸고 양국간의 시각차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정상은 이 문제에 대해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의 인식과 입장을 피력하면서 ’차이’를 좁히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송민순 실장도 “북핵문제에 대해선 한미간에 서로 다른 상황을 잘 인식하면서 협의하고 조율해낼 문제가 있다”며 “대화 방식과 조건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점을 조율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령 북핵 대화방식만 하더라도 한국은 “북한과 미국 모두 가급적 조건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북핵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신축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비해, 미국은 북미 양자협상보다는 북한의 선(先)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고 있고, 북핵 접근법에서도 위폐 등 북한의 불법행위, 인권문제 등과 연계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도 북핵 해법에서 한국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계좌 제재 등 위폐문제를 명분으로 한 금융제재를 우선 풀어야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입장인데다, 북미 양자접촉을 선호하고 있어 북핵 해법이 얽혀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은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현실적 접근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미국의 대북 압박 조치로 실타래처럼 꼬인 6자회담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의 경우, 당장 현 시점에서 주변 당사국들간의 해결노력이 필요한 시급한 현안이란 점에서 약 3개월 뒤에 열릴 정상회담 의제에는 포함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 현안 = 핵심 의제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환수 시기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회담이 시기적으로 작통권 환수 로드맵이 확정되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한달 앞둔 시점에서 열리기 때문에 정상간 큰 틀에서의 합의가 도출될 공산이 크다.

한미 양국은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8차 SCM에서 작통권의 한국군 단독행사 목표시기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점에서 워싱턴 회담에선 “앞으로 5년 남짓한 세월안에 작통권을 스스로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노 대통령의 의지가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에 관심에 모아진다.

회담은 또한 작통권 이관과 관련해 이를 한미연합 방위체제의 변화 내지 한미동맹의 균열로 보는 시각이 양국 내부에 엄존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인식을 살펴볼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환경오염 배상 등 각종 비용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미군기지 이전문제와 한국군의 이라크 주둔 문제 등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송 실장은 “정상 간에 공통의 목표와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최고 수준의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 = 이번 회담이 내년 3월인 양국간 FTA 협상시한을 6개월 앞두고 열린다는 시기적 측면에 미뤄 농산물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큰 틀의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양국은 이달초 워싱턴에서 진행된 1차 본협상에서 총 15개 분과 중 11개에서 양측간 합의사항과 쟁점을 정리한 ’통합협정문’을 이끌어내는 등 협상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협상 속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협상의 걸림돌인 쟁점 부분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럴 경우 개성공단 물품에 대한 한국산 인정문제와 농업보조금 지급 문제 등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

특히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문제는 통상 차원을 넘어선 정치적 성격이 강한 문제인만큼 정상 레벨에서 ’정치적 결단’이라는 방식으로 해법이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지난 2월 간접적으로나마 “양보 못하는 절대조건”으로 지목한 쌀 등 일부 품목의 협상 제외 문제에 대한 진전이 회담에서 이뤄진다면 향후 협상이 급류를 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밖에 동북아 정세와 관련, 정상회담 시기가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9월말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인만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악화된 한일관계 복원 등의 문제가 논의될 지도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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