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것처럼 준비해오던 북한이 21일 여러 곳에서 미국과 협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미국측, 군사행동 거론

우선 북한이 미국의 미사일 요격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임박설이 나오자, 미국측 인사들은 요격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거론했다. 빌 프리스트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를 질문받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타임스는 미 국방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지상배치 신형 요격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군사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900억 달러를 투입해 알래스카·캘리포니아에 배치한 미사일방어체제(MD)를 실제로 가동시키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최근 며칠 사이 요격 가능성이 집중 보도되면서 북한이 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가정이긴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이 실제 미국의 미사일에 요격될 경우 북한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사일 개발에 들인 돈도 문제이지만, 미사일을 더 이상 협상용으로 활용하기도 어려운 모양새가 돼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걱정했을 것이란 얘기다.

◆ 북, 미국 떠보려 했을 가능성

북한이 처음부터 발사할 생각은 없었고, 시위만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위기를 극대화해 놓고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북한이 즐겨 써온 수법이라는 것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떠보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발사 준비를 했다가 여의치 않자 협상으로 국면을 바꿨는데, 언제든지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있다. 다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이 발사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섣불리 협상용이라는 식으로 단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성능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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