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30분, 국회 정보위원회가 소집됐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북한 미사일 관련 보고를 듣는 자리였다.

회의 시간에 맞춰 온 정보위원은 정형근, 공성진, 권영세 등 한나라당 의원들뿐이었다. 열린우리당 소속 위원들은 17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을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 중이었다.

10시50분쯤 정보위원장인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이 나타났다. 신 의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는 “우리당은 위원장을 뺀 정보위원 전원을 교체키로 했다. 기존 정보위원들이 새로 배치된 상임위 모임에 가야 하므로 오늘 회의는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며, 한나라당 의원끼리 회의를 주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11시30분쯤 정보위원회에서는 북한이 발사하려는 게 위성인지 미사일인지, 진짜 쏠 것인지 등에 대한 국정원 보고가 한창이었다. 회의장에 여당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위원장인 신 의원도 정보위에 새로 배치된 여당 의원들을 만난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점심시간에 잠시 회의에 들어온 임종인 의원은 “늦게 와서 미사일 관련 보고는 못 들었다. 중요한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국회법 제40조는 정보위원의 임기를 다른 상임위원(2년)과 달리 4년으로 정해놨다. 기밀 유지와 전문성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정보위원 전원을 2년 만에 교체했다.

신 의원은 “당내 사정 때문”이란 이유를 댔다. 이 와중에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북한 미사일 관련 회의가 여당 의원 없이 진행됐다. 회의 결과 브리핑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했다.

이날 여당이 보인 태도는 ‘국가안보와 민생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라는 평소의 다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였다./황대진 정치부 d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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