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위 관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9.19 북핵 공동성명 파기를 의미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가뜩이나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더욱 어렵게할 것이라는 전망은 나왔지만 미국 고위 관리가 직접 이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1999년 자신들이 서명했고 2002년 재확인한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상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모라토리엄)는 분명히 지난해 6개국 사이에 서명된 공동성명의 일부”라고 말해 미사일 발사가 공동성명 파기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 9.19공동성명과 미사일 = 작년 9월 남·북한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제4차 2단계 6자회담에서 전격 합의한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원칙과 해법을 세운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동성명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조약체결 이전의 문서로는 격이 가장 높아 정치적·도의적 구속력을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

비록 작년 11월 5차 회담 이후 북한이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를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이후 6자회담이 교착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9.19 공동성명은 여전히 북핵 위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토대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가 공동성명의 일부라고 지적했지만 성명에는 ’미사일’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성명을 좀 더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미사일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안보통일연구부장은 “공동성명 4항에 보면 ’6자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하였다’고 돼 있는데 미사일 발사는 이를 해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과 미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는 부분도 미국 입장에서는 의미가 퇴색하는 것으로 여길 법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공동성명 연계 배경은 =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긴장감이 여전한 가운데 나온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단순히 향후 6자회담이 지지부진해지는 것을 넘어 과거 합의했던 사항들도 무효화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9.19공동성명에 따른 각국 간 이해득실을 놓고 여러 분석이 있지만 북한이 최대 수혜자라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한다’는 공동성명 내용을 놓고 미국 일각에서는 지나친 대북 양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또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해 참가국들의 존중을 이끌어내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확인도 받아 체제안보에 대한 불안도 상당부분 씻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따라서 라이스 장관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을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보다 구체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아울러 우리를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6자 회담 당사국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설득에 나설 것을 기대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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