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한 우리 정부와 미국·일본·중국 등 정부의 외교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국간에 미묘한 시각 차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발사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임을 선포하는 등 북의 의지를 힘으로 꺾겠다는 태세인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이 ‘체면손상’ 없이 자연스럽게 발사계획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연착륙’ 작전을 펴고 있는 듯 하다.

아울러 북한에 상당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경우 6자회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도 일단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일본 확고한 강경 입장 =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전제 아래 20일 현재 연료주입까지 마친 상태여서 버튼만 누르면 발사되는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

양국은 이 같은 현실 인식 속에 북한 입장에서 ‘최후통첩’으로 들릴 만한 경고메시지를 다투어 내 놓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현지시간 19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아주 중대한 문제이며 정말로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말해 발사시 상당한 결과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같은 날 “우리는 현재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과 무슨 조치가 취해져야 할 지에 대한 예비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일본 정부로서는 미국과 협의해 강력히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초래될 자국의 안보 위험 증가, 6자회담의 파탄 가능성 등을 우려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국내 정치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는 시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각각 11월 중간선거와 9월 신임 총리 선출을 앞두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긴장국면이 지지세력 결집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북한의 무력시위에 굴복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면서까지 발사저지를 위해 북한과 협상하거나 외교적으로 북을 타이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강력한 경고를 통해 북한의 발사 의지를 꺾는 것이 1차 목표지만 설령 발사하더라도 현재 취하고 있는 대북 압박에 명분을 추가하는 동시에 국내 정치적인 소득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연착륙 시도’ = 반면 북한 미사일 발사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 정부는 미사일 발사를 막을 실질적인 방안을 찾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금처럼 미국과 일본의 압박이 계속되면 자존심 강한 북한 입장에서 발사 의지가 실제로 강하지 않더라도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발사를 강행한 뒤 인공위성 발사였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일과의 갈등, 국내외의 비판여론 등을 감수해가며 추진해온 대북 화해·협력 기조가 크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이다.

이미 정부는 직·간접적 경로로 북측에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만큼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발사시에 취할 조치들을 비공개리에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또는 위성 발사 자체를 막을 국제 규범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 북한을 압박하기 보다는 미사일 발사가 이익될 것이 없음을 북측에 설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발사 포기를 유도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중국 공식 언급 없이 사태 관망 =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은 발사시 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되는 북한 미사일과 관련, 겉으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 “우리도 관련 보도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주의하고 있다”면서 “회담 당사국들이 실천적이고 융통성 있는 태도로 상호신뢰를 증진하는 일을 많이 해 6자회담의 장애를 제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원칙적인 입장표명 정도의 언급이었지만 미사일 발사가 6자회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데 대한 우려는 한국 등과 공유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도 회담에 장애요인이 됨은 물론 자국이 민감해하는 미국·일본간 미사일방어(MD) 협력을 촉진시킬 미사일 발사의 ‘폭발력’을 감안, 북한을 꾸준히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성과는 불분명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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