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도의 외교 심리전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이른바 북한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분주한 행보를 이렇게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는지’, 그리고 북한이 발사하려는 물체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실체부터 파악해보자는 정부 일각의 움직임을 놓고 한국과 미국.일본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당국자는 “차원높게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미사일 사태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도 “전세계가 나서서 북한더러 ‘임박, 임박’ 하면 북한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면서 “마치 윽박지르듯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일각의 이런 발언은 일방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양산됨으로써 자칫 자존심 강한 북한 지도부를 자극, 사태를 최악으로 치닫게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1998년 8월31일 북한이 발사한 ’로켓추진물체(안보리 의장성명 규정)’의 실체에 대해 아직까지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당시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난 ’로켓추진물체’에 대해 인공위성 ’광명성 1호’라고 발표했다. 경악을 금치 못했던 일본과 미국이 나서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1호’라고 규정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주장이다.

특히 당시 발사됐던 ’로켓추진물체’, 즉 3단계 로켓은 약 1천600㎞를 날아가 정점에 도달했으나 최종단계의 제3단계 로켓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단계에서 발사체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지금도 지구궤도에 위성이 잘 돌고 있다고 주장하고 광명성 1호위성의 ‘성공적 발사’를 자축하는 1원50전짜리 기념우표가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8년전의 일을 두고 아직도 논란이 있는 상황인 만큼 ‘로켓추진물체’ 문제는 정확한 상황파악을 우선 하고 난 뒤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는게 정부의 판단인 듯하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미사일일 경우에도 국제법적으로 이를 규제할 통제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북한을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정부가 문제의 ’로켓추진물체’의 발사시점이나 성격 등에 있어 미국.일본 등과 다소 다른 분석을 내놓는 원인도 이해될 수 있다.

한마디로 핵 문제와 미사일(혹은 위성) 문제는 상황인식과 대처방식에서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이런 정부의 움직임이 미국.일본과 다소간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는 정부내 인사들이 많다. 하지만 한.미.일 3국간에 북한 핵문제를 다루면서 다져온 외교적 노하우 등을 감안하면 큰 문제없이 ’관리할 수 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사태악화를 원하지 않는 중국측으로부터도 정서적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고 북한을 상대로 한 중국의 설득 작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사태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정부 일각의 ’고도의 외교전’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아니면 또다른 갈등을 야기할 지 주목되고 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