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만간 사정거리 6700km에 1t 무게의 탄두를 나를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북한이 미사일에 액체연료 주입을 마쳤다는 정보와 주입된 원료는 다시 빼낼 수 없을 뿐더러 연료를 주입한 상태로 오래 둘 수도 없다는 기술적 이유에 근거한 관측이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인공위성을 띄우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로켓은 작년 2월 10일 제조에 성공했다고 밝힌 핵탄두도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곧 북한이 미국의 일부 영토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그것이 지니는 군사적, 전략적,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북한이 공언해온 대로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안전이 보장되는가? 혹은 미국의 금융제재로 궁지에 처한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서 상황을 반전시켜 협상력을 결정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 어느 것도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는커녕 북한의 안전은 치명적으로 또 결정적으로 더욱 위험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전략적 상황의 상대성 원리와 압도적인 힘의 격차 때문이다.

미국은 ‘믿지 못할 손’에 쥐어진 대량살상무기를 가장 큰 위험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한 선제공격도 불사하는 국가안보전략을 취해왔다.

물론 현재의 국제법체계에서 어느 주권국이 핵미사일을 보유한다고 해서 그것이 개전사유(開戰事由·casus belli)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부시 행정부뿐만 아니라 어느 행정부도 ‘무슨 일을 할지도 모르는’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로 자국 영토와 국민을 위협하는 상황을 좌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비상시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하거나, 필요시 선제폭격으로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온갖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을 가속화하고 지하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포함, 한반도 주변의 군사력을 크게 늘리는 한편, 북한에 대한 정보활동을 대폭 강화할 것이다.

일본이 여기에 적극 협조할 것임은 물론이고 이를 구실로 자체 군사력을 강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라크 전쟁과 같은 예방전쟁을 감행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1994년의 경우와 같이 모종의 이유로 위기상황이 고조되어 군사력 사용이 선택지에 포함되면 미국은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시설부터 파괴하려고 들 것이다.

1994년의 경우 북한은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없었고 따라서 미국은 군사력 사용을 결정함에 있어 여유가 있었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갖추면 그와 같은 여유가 없어진다. 장거리 핵미사일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부르는 초대장이다.

북한이 원하는 억제력을 갖추려면 그와 같은 선제공격을 받고서도 여전히 미국본토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핵능력을 갖추고, 그 능력을 미국이 납득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시사전문지 ‘포린 어페어(Foreign Affairs)’지에는 미국이 심지어 러시아의 핵능력마저도 선제공격하여 무력화시킬 수 있는, 소위 ‘제1차 가격능력’을 갖추었다는 주장이 실린 바 있다. 러시아가 보유한 핵미사일의 수는 8000개가 넘는다.

그렇다고 대미협상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진전되고 거기에 미사일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팔 것’이 많아졌기 때문에 ‘값’도 높이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협상은 핵 파멸의 벼랑 끝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일반 상거래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협상이 결렬되면 핵선제공격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래를 않겠다고 버티며 높은 값만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은 결정적 패착일 수 있다. 북한이 장기적이고 전략적 견지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김태현 중앙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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