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들 만난 남측 최고령자 엎드려 울기만

6.15공동선언 6돌을 기념한 제14차 남북 이산가족 특별상봉 행사가 19일부터 금강산에서 시작됐다.

남측의 1회차 상봉단 99가족 407명은 이날 낮 육로를 통해 금강산에 도착한 뒤 오후 3시부터 온정각휴게소에 마련된 특별상봉장에서 북측 가족을 만났다.

북녘 시동생 정준호(77)씨를 만날 예정이었던 장신애(83)씨는 건강상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불참했다.

이날 상봉행사에는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천변풍경’ 등으로 1930년대 문단을 풍미했던 구보 박태원(1909-1986)씨의 둘째 아들 재영(64)씨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헤어진 북녘 큰누나 설영(70)씨를 56년만에 만났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큰이모이기도 한 설영씨는 “준호란 이름의 조카가 유명한 영화감독이라니 놀랍다”며 “조카가 만든 영화를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북측에 있는 장남 김준호(77)씨를 만난 남측 최고령자 김귀례(92)할머니는 휠체어를 탄 채 탁자에 엎드려 울기만 했다. 준호씨는 어머니를 껴안으며 “울지마세요. 이 좋은 날 울면 되겠습니까”하고 말하면서도 손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훔쳤다.

또 남측의 이윤창(71)씨는 1950년 9월 학교 간다고 나간 뒤 소식이 끊겨 숨진 줄만 알았던 누나 리윤희(74)씨를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이산가족들은 저녁 7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남측이 주최한 환영만찬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이들은 20일 오전 10시 남측 상봉단 숙소인 해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한 뒤 오후에는 함께 삼일포 나들이에 나선다.

1회차 상봉단은 21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 간 짧은 만남을 마무리하고, 22일부터는 남측 방문단 100명이 북측 가족을 만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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