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스페이스 이미징사의 아이코노스 상업위성이 촬영한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대포동 미사일 시험장 전경.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탑 형태의 건물이 대포동 미사일이 장착되는 높이 34m의 발사대, 왼쪽 아래쪽 건물은 미사일 추진체와 탄두를 조립하는 54m 길이의 미사일 조립 건물이며, 위쪽에는 미사일 발사 통제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인다. /연합

미사일일까, 인공위성일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의 전언이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되고 있지만 19일 현재 우리 정부는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급선무라는 판단 아래 정보 분석에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물체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를 규정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사실 이번 실험에서 북한이 보여줄 미사일 발사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관심거리이기에 미사일 실험인지 인공위성 발사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와 위성운반체 발사는 실제로 차이가 거의 없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쉽게 미사일이라고 판단했다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면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발표할 경우 후속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적지않은 혼란이 야기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신중함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1998년 미사일 위기때 뼈아픈 경험을 했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의 3단 로켓 발사에 대해 한국과 미국·일본 정부는 즉각 미사일 발사로 규정, ‘대포동 1호’로 이름지었지만 북한은 발사 나흘 후인 그해 9월4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를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위성운반체 발사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미·일 정부와 언론은 일제히 혼란에 빠졌고 북한의 주장을 깰만한 명쾌한 증거를 즉시 내놓지 못했다.

미·일을 중심으로 한 대북 제재 여론 속에 한스 달그렌 당시 유엔 안보리의장은 ‘대 언론 성명’을 채택했지만 성명에서도 북한이 발사한 물체를 딱 부러지게 미사일로 규정하지 못했다.

성명은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계획이 투명하고, 국제안전 규범에 부합한다면 관련 국가는 우주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를 구분할 기준으로 추진연료가 액체냐 고체냐, 또 미사일 발사장치가 어떤 식으로 설치돼 있느냐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군사용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위성발사용은 액체연료를 쓰는데 현재 북한이 주입하려는 연료는 액체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액체연료도 군사용 미사일에 쓸 수 있는데다 정부가 미사일 발사로 규정한 1998년 대포동 1호처럼 3단계 로켓 중 1,2 단계는 액체연료를 쓰고 3단계만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액체연료 주입 징후만으로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려 한다고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독성이 강해서 그 자체로 하나의 폭탄처럼 여겨지는 액체연료를 사용해 군사용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선제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하 발사장치를 이용하는게 보통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

그러나 북한은 현재 발사 대상물체를 지상 발사 장치에 세워 놓은 채 연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발사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발사대상 물체가 미사일인지 위성운반체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발사 후에나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발사체의 궤적이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미사일의 경우 비행체가 궤도를 그리면서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내로 들어와 지상의 목표를 향해가는 반면 인공위성은 일단 올라가 궤도에 들어서면 원심력과 구심력에 의해 지구 주위를 돌게 된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후에도 우리 정부는 3단계 로켓이 지상으로 떨어지기 전 대기중에서 타버린 것으로 판단한 반면 북한은 정상적으로 궤도에 올라갔다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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