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한의 동태를 일거수 일투족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라크전과 이란 핵문제 등 국내외 현안들이 산적한 현실을 감안, 일단 외교적 해결에 노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부시 대통령이 2주일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실험 중지를 위한 영향력 행사를 요청했고,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이 10여개국 이상과 접촉을 한게 그 증거다.

물론 뉴욕의 유엔대표부를 통해 북한에도 미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런 노력은 미사일 위기가 고조된 지난 주말에도 계속됐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끝내 강행하면 그 때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게 핵심이다. 최악의 경우 '자위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얘기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18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모라토리엄(미사일 발사유예)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CNN과 인터뷰에선 "북한이 시험발사를 강행한다면 그 때 상황에 적절하고 적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의 적절한 대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까지만 해도 북한 미사일의 기술적 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해 왔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국방부는 최근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1시간 이전에 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북한의 미사일 수준이 상당히 진전됐음을 시인했다.

과거 1998년 8월 31일 북한이 사전예고없이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사정 1천800∼2천500㎞, 무게 25t으로 추정되는 3단식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해 동북아 인근국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을 당시 북한의 미사일 기술수준보다 분명히 한단계 발전된 것으로 미 군사당국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실제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할 경우 요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동해상에 배치된 미국 이지스함에서 스탠더드 미사일(SM-3)을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요격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한반도 700∼800㎞ 상공에서 24시간 지상을 감시하는 KH11 군사위성과 RC135 정찰기 등을 통해 입수되는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판독, 분석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가 설령 미사일 요격을 감행하지 않는다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 강구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한다.

여기에다 대포동 2호가 미 본토까지 사정권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계획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대포동 2호에 대한 미국의 정보는 극히 제한돼 있지만 대포동 2호가 상당한 규모의 탄두를 적재한채 북미 지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국가정보평가(NIE)는 추정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미사일 사태로 이란 핵프로그램에만 신경을 쓰고 있던 미 정부와 의회의 관심이 북한으로 쏠리게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간 북한 문제에 침묵을 지켜온 의회가 좀 시끄러워 질 것이라는 얘기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괌 출신 매들레인 보달로 의원은 19일 "북한 미사일 보도로 인해 미국의 대 아시아 평화유지 능력은 물론 미국과 동맹국가들에 대한 위협을 저지할 수 있느냐는 점도 분명히 쟁점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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