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미사일 발사에 집착할까. 북한은 지난 1998년 미사일 발사로 ‘재미’를 본 바 있다. 북한은 당시 뉴욕에서 미국과 회담을 하는 도중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잠시 대북 강경론이 일었지만, 결론은 “협상 외에 대안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후 베를린·베이징·워싱턴·제네바·평양 등에서 미·북 간 고위급 회담이 이어졌고, 99년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유보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냈다. 6·25 이후 50년간 금지됐던 북한산 원자재 소비재의 대미 수출, 미국 소비재의 대북 수출 제한이 풀렸고 여행·관광 분야의 대북 투자 제한도 풀렸다. 미사일 발사를 대미 협상 카드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들어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초청이 무산되는 등 미국과의 협상이 먹혀들지 않자 북한이 상황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금융제재 해제, 중기적으로는 포괄적 협상안을 이끌어내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외관상으로 보면 미사일로 돈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금융제재를 문제삼고 있는 북한이 98년 과정을 되풀이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98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대외정책 핵심 책임자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만약 미사일이 미국 근처만 가도 미국은 화들짝 놀랄 일”이라며 “어차피 군사적 공격이 어렵다면 부시 행정부도 협상 여론에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북한 국내용의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북한 내의 사회 이완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어서 북한 지도부가 다잡을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10명의 전문가 중 7명은 이번에는 북한의 충격요법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미사일은 아직 미국에 실질적 안보 위협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이 양보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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