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이달 1일 담화가 이 같은 도발적 조짐의 배경을 분석하는데 적지않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른바 ‘6.1 담화’는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북한 방문을 초청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미국이 대북 압박을 계속한다면 초강경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북핵문제 해결이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듯한 기류 속에 어렵사리 꺼낸 ‘힐 방북’ 카드에 미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통해 담화에서 언급한 ‘초강경 조치’가 현실화할 수 있음을 알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6.1 담화 어떤 내용 담고 있나 = 담화문에서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진실로 공동 성명을 이행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면 그에 대하여 6자회담 미국측 단장이 평양을 방문하여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다시금 초청한다”고 밝혔다.

담화에서 “핵 문제 같은 중대한 문제들을 논의·해결하고자 하면서도 당사자와 마주앉는 것조차 꺼려 한다면 문제 해결의 방도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북측이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 핵심이슈인 ‘회담 복귀’와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일괄 해결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북)제재는 헛수고에 불과하며 우리의 강경대응 명분만 더해줄 뿐이므로 결코 우리에게 나쁘지는 않다”면서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면서 압박 도수를 더욱 더 높여 나간다면 우리는 생존권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서 북한은 이미 ‘미사일’이라는 복선을 깔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싸늘한 반응에 미사일 발사하나 = 북한 입장에서는 올 4월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자존심 손상을 감수해가며 힐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간 회동에 적극성을 보였다.

미국의 거절로 이 회동이 성사되지 않았음에도 6.1 담화를 통해 재차 힐 차관보와의 대화를 희망한 점에서 북이 힐 차관보 방북 제안에 나름대로 상당한 무게를 담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6자회담과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병행할 수 있다는 ‘당근론’이 제기된 만큼 북한으로서는 힐 차관보로부터 미 행정부가 실제로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고 싶었을 수도 있다.

아울러 북한의 제안은 금융제재 해제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는 미국을 상대로 ‘회담에 나갈 수도 있으니 미측도 힐 차관보의 방북을 통해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제안을 미국은 사실상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담화 발표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 협상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미국 정부는 어떠한 협상도 6자회담을 통해서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 이후 입장 변화의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북한은 ‘6자회담 복귀’와 ‘강경 입장 강화’의 갈림길에서 꺼낸 힐 차관보 초청 카드에 미국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자 미사일 발사를 위한 수순을 밟으면서 ‘초강경 조치’가 허언이 아님을 보이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