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통일대회서 “초보적이고 불안전한 공존관계” 비판
“남북 우려할 점 있나”에 “전도를 환하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북과 남의 공존관계도 공고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공존관계가 통일관계로 전환하는 첫 어구(어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북한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은 15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실천 민족통일대회’ 연설을 통해 “오늘의 북남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과도적 상태의 공존관계”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안 서기국장은 최근 ’한나라당 집권시 남북교류 파탄’ 발언으로 남한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어 그의 이날 연설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제 우리가 장구한 통일노정에서 어디까지 왔는가를 냉엄하게 돌이켜봐야 한다”면서 “오늘의 북남관계는 엄밀히 말하면 매우 불안전한 초보적인 상태의 공존관계”라고 말했다.

특히 “전쟁과 평화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도 정전상태에 있다. 전쟁의 위험이 수시로 우리 주변을 감돌고 있다”며 “북남대결의 낡은 관념, 낡은 관행과 틀이 지금도 민족의 대단결 위업을 엄중히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 취약한 공존관계나마 오늘은 역작용에 부딪혀 언제 과거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겠는지 예측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년 후 6.15공동선언 10돌이 되면 역사는 우리에게 물을 것”이라며 “지난 10년 간 조국통일을 위해 이룩해 놓은 것이 무엇인가, 정전상태는 왜 평화상태로 바꾸지 못하는가, 대결시대의 낡은 때는 왜 씻지 못하는가. 우리는 이 엄숙한 역사의 물음 앞에 떳떳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년 간 남북관계 변화에 대해서는 “6.15 이후 오늘에 이르는 6년 동안 우리 민족은 조국통일에서 전환적 의의를 갖는 큰 일을 많이 이룩했다”면서 “당국과 민간을 막론하고 여러 갈래의 대화와 접촉, 내왕이 이뤄지고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했다.

안 서기국장은 그러나 “우리는 공존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진실로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로 넘어가야 한다”면서 “통일을 향한 북남관계의 새로운 전진”을 강조했다.

한편 김지하 시인, 법륜 스님,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 등 각계 인사 10명은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6.15정신의 전제는 상호존중, 내정불간섭”이라며 안 서기국장의 이전 발언을 내정불간섭 원칙을 훼손하는 언행으로 규정하고 발언 취소와 사과를 촉구했다.

대회장을 나온 안 서기국장은 ’향후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려할 점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북관계의) 전도를 환하게 보고 있습니다.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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