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현안 두루 논의…입장 전달 수준 그칠듯

6.15 남북공동선언 여섯돌을 기념해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6.15민족통일대축전’을 통해 남북 당국 사이에 좌담회를 비롯한 다양한 접촉이 이뤄짐에 따라 어떤 대화가 오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번 행사는 기본적으로 민간 행사에 당국이 참가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장관급 회담 등 다른 남북 당국간 접촉에 비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지난 해 6.15나 8.15 당국 행사에서 목격됐던 오·만찬과 당국 공동행사, 참관 등을 통한 접촉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15일에는 새로운 형태인 당국 좌담회까지 시도되면서 나름대로 깊이 있는 대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행사가 여기저기서 열리는 만큼 남북 단장인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과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장을 비롯한 양측 당국자들이 차량을 함께 타 이동하며 ‘밀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어 보인다.

특히 합의를 위한 회담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고 다소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화제를 놓고 솔직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이번 행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우선 주목해야 할 대상은 양측 단장 간에 이뤄지는 대화로, 두 사람은 무엇보다 한반도 정세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달 초 제1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열리긴 했지만 의제가 경협에 국한됐던 만큼 이 장관은 지난 4월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린 이후 한반도의 정세 변화에대한 설명과 함께 정부의 판단과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맥락에서 북핵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에 걸려 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초청한 지난 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 이후 각국의 움직임 등이 우리측의 설명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아울러 최근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도 거론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이미 남북채널을 활용해 우려의 입장을 전한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북측에 대한 설득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달 9일 몽골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에 대한 많은 양보를 시사하며 물질적·제도적 지원을 언급한 이른바 ‘몽골 발언’에 대한 배경 설명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달 합의하고도 북측의 연기로 무산된 열차시험운행 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대화가 사안에 따라 양측 단장 사이 보다는 북측 당국 대표단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이 장관 사이의 접촉과정에서 이뤄질지 여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이번에 방문하지 않은 만큼 대남 파트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 부위원장이 림 부장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다만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은 이 장관의 입을 통하기 보다는 종전 DJ 방북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에 참가했던 관계자들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우리측에서 실무접촉에 참여했던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과 이관세(李寬世) 통일부 정책홍보실장이 당국 대표단의 자문단과 대표로 각각 이번 행사에 참가한데다 북측에서도 실무접촉단 일부가 광주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당국 간 대화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 민감한 현안에 해당하는 미사일 발사 등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북측 대표단이 외교나 군사 현안을 담당하는 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도 이번 좌담회의 성격에 대해 “좌담회는 환담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행돼 미사일 문제는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6.15 행사가 한반도 안팎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우리 당국의 입장이나 판단을 북측 지도부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