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팀이 첫 경기부터 2대 1로 이겨서 동족으로서 아주 기쁩니다.”

6.15 남북공동선언 6돌을 기념하기 위해 민족통일대축전(6.14-17, 광주)에 참가한 남북 대표단 사이 화제는 단연 월드컵이었다.

북측 당국 대표단장인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장은 14일 광주공항에 입국, 마중 나온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 등 남측 대표들에게 “축구 소식을 들었다”며 “광주 시민들이 세계축구선수권대회(월드컵)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겠다”고 말을 건넸다.

이에 박 차관은 “북측 대표단이 광주에 있을 때 (남한 팀의) 경기가 있으면 다 한자리에 모여 구경하면 좋겠는데 경기가 없다”며 아쉬워했고 김 단장은 “남측이 계속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 단장은 또 2002년에는 남측이 4강까지 올라가지 않았느냐면서 “이번에도 바로 올라가자. 북측 사람도 경기를 보며 4강까지 올라가도록 마음의 성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측이 우승까지 보느냐”고 물었고 남측 대표가 이구동성 “그렇다”고 답하자 “신심(信心)이 좋군요”라며 웃기도 했다.

김 단장은 계속해 “세계적인 관측에 의하면 우승은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다툰다고 하지만 그건 관측일 뿐이고, 남쪽이 그 중에 한자리를 차지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의 월드컵 결승행을 기원했다.

이어 자리를 함께 한 이용흥 보건복지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 북한이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격침시킨 사실을 상기시키자 “그렇지요. 북과 남으로 갈라져 (월드컵) 소식 듣지만 우리 민족끼리 응원해서 자꾸 올라가도록 만들자”고 즐거워했다.

월드컵과 함께 금연운동도 이야깃거리가 됐다. 발단은 북측 최성익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 단장에게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소개하면서부터.

최 부위원장은 유 청장을 ’역사 유적 박사’라고 부르며 “담
배도 한번에 두 개씩 피운다”고 소개했다.

김 단장은 “담배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면서 “북측에서도 금연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원 차관은 이에 “지난번에 보니 보건성 부상 선생도 담배 피우던데요”라고 받아넘기자 김 단장은 “부상을 만날 때마다 (담배를 끊으라고) 비판하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담배는 못 끊겠다고 한다”고 난감해했다.

남북 당국 대표단은 오전 11시15분부터 약 15분 동안 공항 VIP룸에서 환담한 뒤 12시10분께 북측 대표단 숙소인 무등파크호텔에 도착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어서 오십시오. 광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 단장은 “광주에서 만나 기쁩니다. 이번 행사 잘 치르도록 합시다”라고 화답했다.

김 단장은 취재진이 환담장에서 두 사람의 악수를 요청하자 “연출 있습니까”라며 포즈를 취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항에는 취재진 50여 명과 환영인파 150여 명이 몰렸으며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 등의 연호가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어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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