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섬유·車 접점 못찾아
美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못해” 완강 내달 서울 2차협상서 본격 줄다리기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1차 협상을 진행 중이나 전체 협상 항목의 40%만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을 뿐 나머지 60%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며 대립하고 있다.

특히 농업과 수입 동식물 검역 분야에서는 협상의 기초가 될 통합협정문(항목별로 합의된 것은 단일 문구로, 합의 안 된 것은 양측 입장을 나란히 기재한 협상 기초자료) 작성조차 실패, 향후 개방 폭을 둘러싼 본격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7일 사흘째 협상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협정문을 만들면서 단일 문구로 표현될 합의 사항 부분은 40% 정도”라고 밝혔다.

합의가 안 된 나머지 60%는 통합협정문에 양쪽 입장을 나란히 병렬 표기하거나 공백 처리한 채, 다음달 서울에서 열릴 2차 협상에서 절충을 시도하게 된다.

◆개성공단 문제와 농업은 미국이 완강

1차 협상에서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분야는 농업과 농축산물 수입 검역을 비롯, 개성공단 문제 외 섬유·자동차·의약품 등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산 재료를 60% 이상 사용한 개성공단 생산제품은 북한산(産)이 아니라 한국산으로 인정, FTA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우리측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지난 5일 김종훈 수석대표와의 오찬에서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의 문제지 북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개성공단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라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 등 여러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업의 경우 한국측이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요구하는 농산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도입이 쟁점이다. “농업 개방이 최대 관심사”라는 미국의 거부 입장이 명확하다.

정부는 농산물 개방 후 미국산 수입이 일정 수준 이상 급증할 경우 자동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차 서울 협상에 기대”

자동차 분야도 미국의 공세가 거세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세를 배기량 기준에서 가격·연비 등의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산 대형차에 대한 세금을 낮춰 판매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한국은 “자동차세는 지방세인데 기준을 변경할 경우 지방 정부의 수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논의가 곤란하다”고 거부했다.

농축산물 수입 검역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검역 때문에 교역이 지연되지 않도록 상설 위원회를 만들어 지속적인 협의를 하자”고 요구했지만, 한국측은 “위원회까지 둘 필요는 없고 협상 창구만 개설하면 된다”고 맞섰다.

미국은 미국 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新藥)의 국내 판매 가격을 높이는 문제도 제기했지만, 한국은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만 답했다. 섬유 제품 관세 인하는 한국이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뚜렷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양국이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입장 차가 커 보이지만, 추후 협상에서 무난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양측은 다음달 10일부터 5일간 서울에서 개최되는 2차 협상부터 품목과 업종별로 개방 여부를 결정하는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워싱턴=이진석기자 isla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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