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통문 보내와… “22~24일 특별상봉때 포함”
“죽기전에 아들 만난다니…” 어머니 최계월씨 감격 눈물
다른 납북자 가족들 “부럽다” 日정부 “韓·日공조 어려워져”


1978년 납북된 김영남씨와 남쪽에 있는 어머니 최계월(82)씨가 오는 22~24일 금강산 이산가족 특별 상봉 때 28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8일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 명의로 이종석 통일부장관에게 전화 통지문을 보내 ‘6·15공동선언 발표 6돌 금강산 이산가족 특별 상봉 때 김영남과 귀측에 있는 어머니의 상봉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북측은 ‘김영남’이란 이름에 납북자 등의 표현을 일절 하지 않았다.

권 단장은 “최근 우리측 해당 기관에서 김영남의 행적을 확인했다”며 “남측 내부에서 김영남과 그의 어머니의 상봉을 앞두고 그에 난관을 조성하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귀측 당국이 책임적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북측에 이산가족 400명의 생사 확인을 의뢰하면서 399명의 명단만 북측에 전달하고 나머지 1명은 김씨의 생사 확인과 상봉을 요청했다.

김씨의 어머니 최계월씨는 아들과의 상봉 허락 소식에 기뻐했다. 최씨는 “죽기 전에 아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반갑고 고맙다”며 “아들을 만나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누나 영자(48)씨는 “사돈인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씨의 가족이 함께 상봉을 원한다면 외손녀 김혜경을 만날 수 있도록 함께 방북하겠다”며 “이산가족 상봉이든 특별 상봉이든 상봉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는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납북된 고교생 최승민, 이민교, 홍건표씨 가족도 참석했다.

이민교씨의 어머니 김태옥씨는 “영남이네가 부럽기 그지없다”며 “나 죽기 전에 우리 아들 얼굴이나 볼 수 있을까…”라며 눈물을 훔쳤다. 최승민씨의 아버지 최준화씨는 “고등학생을 잃은 학부형의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崔成龍·54) 대표는 “북한이 김영남씨 모자 상봉을 주선한다는 것은 납북을 시인하는 것으로서 납북자문제 해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통 크게 납북자의 생사 확인과 상봉을 주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측, “납치 해결 한·일 공조 어렵게 됐다”

김영남씨의 아내인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부친 요코다 시게루(橫田滋·73)씨는 이 소식을 들은 뒤 “북한측이 김영남씨 어머니를 통해 메구미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지금까지의 북한 주장과 같은 것으로 여기겠다”며 딸의 ‘사망’이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메구미의 어머니인 요코다 사키에(橫田早紀江·70)씨도 “같은 어머니로서 자식을 한 번 만나고 싶은 마음은 정말 이해하지만, 북한에서 만나 진실을 말하겠느냐. 지난번에 일본에 오셨을 때 방북을 단념하시라고 설득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김씨 가족들이 결정한 것인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일본 정부도 북한측이 김영남씨의 모자 상봉을 통해 납치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공조를 무력화시키고, ‘납치문제’를 일단락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
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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