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서 ‘Made in Korea’ 인정 안되면…
섬유업체 가장 타격… 정부 “對美협상 총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은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끝내 미국의 입장이 관철된다면 개성공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섬유업체 가장 큰 타격

개성공단에는 현재 3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 중 15개가 섬유업체다.

올 초 1차 단지 입주 업체로 선정된 A사 관계자는 “섬유업의 유일한 경쟁력인 싼 노동비를 보고 개성공단에 들어갔다”며 “원산지 표기 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수출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그는 만약 원산지 표기 건이 해결돼도 걱정이 더 있다고 한다. 미국은 원산지를 따질 때 원사(原絲)의 생산지를 기준으로 하는 ‘얀 포워드’ 규정을 내세우고 있는 등 섬유제품에 대해서는 더 까다로운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섬유협회 관계자는 “우리 회사들이 중국에서 생사를 사다가 만든 것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종합적인 대미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기계·전자 업종도 어려워

개성공단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가동 중인 B사는 개성공단에서 부품을 반쯤 만들고 다시 국내로 들여와 조립한다. 회사관계자는 “미국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 안 하니까 공정을 둘로 쪼개는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만약 미국이 끝까지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이 업체는 한·미FTA가 체결됐을 경우 동종의 국내 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회사관계자는 “개성 공장에서 인건비를 아껴도 관세혜택으로 받는 수익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 남북경제협력추진위가 6일 합의문을 발표하고 3박4일간의 제주 회의 일정을 끝냈다. 남측 위원장인 박병원 재경부차관(오른쪽)과 북측 위원장인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날 종결회의에서 합의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미국과 협상 총력

개성공단 관계자는 원산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공단의 확대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현재는 원산지 표기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 업체들 중심으로 입주시키고 있다”며 “이 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성장성 있는 기업이나 외국인 기업을 유치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통일부 고경빈(高景彬)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은 “개성공단은 땅만 빌렸을 뿐이지 한국 회사가 소유한 한국의 공단이나 마찬가지”라며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대미협상 때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미북관계 개선돼야”

조명철 대외경제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개성공단은 북·미관계 개선과 비례하는 측면이 있어 상당히 난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 내 품목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 또는 가공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협상을 맺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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