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 12차 회의 이틀째인 4일 우리측은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북측이 열차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우리측 위원장인 박병원 재경부차관은 “쌍방이 합의한 사항은 신뢰를 바탕으로 지켜야 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시험운행을 할 수 있도록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북측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책임전가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정도로 대응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시험운행 무산 책임이 북측이 아니라 남측에 있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북측은 열차 시험운행 날짜를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북측은 지금까지 성명이나 방송을 통해 밝혀온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북측은 그러나 이날 기조발언에서 경공업 원자재·지하자원 협력 문제의 조속한 실천을 요청, 우리측에 경제지원을 요구했다. 남북이 열차 시험운행을 전제로, 지난달 경추위 위원접촉을 통해 사실상 합의해놓은 경공업 원자재(수백억원 규모)를 빨리 달라는 것이다.

북측은 또 이날 자신들이 진출해 있는 러시아 극동지역 벌목사업, 석탄채굴 사업 등에 남측이 자본을 투입해 공동 진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비료공장 건설을 지원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남북이 이미 합의해놓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한강하구 골재채취를 위한 남북 공동사업단을 구성하고, 함남 단천을 지하자원 특구로 지정, 개발하기 위한 실무협의회를 경추위 산하에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측은 현재 북한당국에 일괄해서 주는 개성공단 임금을 근로자에게 직접 줄 수 있도록 하고 원활한 노동력 공급을 위한 협조도 요청했다. 우리측은 임진강 홍수 예보체제 구축, 동해 공동어로 작업, 경제시찰단 상호교류 등도 제안했다.북측은 6일 돌아갈 예정이다.
/ 제주=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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