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평화유지군이 수상한 1988년 노벨평화상이 6.25전쟁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소식에 노벨평화상 메달 복사본을 대거 사들였던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사실무근’이란 소식에 허탈해하고 있다고 일간 신문 ‘시카고 트리뷴’이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고령의 6.25전쟁 참전용사 100여명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퍼레이드에 가슴에 달고 나갈 목적으로 115달러 이상을 들여 노벨평화상 메달과 상장 사본을 경쟁적으로 사들였다.

참전용사들은 유엔 로고 위에 금박을 입힌 ‘국제 평화상 메달 1988’이라는 숫자와 글귀가 선명한 노벨평화상 메달과 상장 복사본이 ‘잊혀진 전쟁’으로 통하는 6.25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시카고 트리뷴의 문의를 받은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는 1988년 노벨 평화상이 1956년 ‘수에즈 운하 위기’ 이후 국제분쟁 해결에 기여한 유엔평화유지군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확인했다.

6.25전쟁은 수에즈 위기 3년 전에 이미 정전협정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평화상 수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이런데도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노벨평화상 메달 복사본을 사게된 것은 사기 또는 오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위원회는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노벨 평화상 메달을 복사할 권리를 가진 곳은 노르웨이 유엔군 참전용사협회. 덴마크의 판매회사는 이 협회의 승인 아래 메달과 상장 복사본을 제작해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판촉 광고를 했다.

이 광고에 접한 미군 용사들은 “마침내 희생이 인정을 받았다”며 메달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벨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나온 뒤 6.25전쟁 참전용사협회는 웹사이트를 통한 메달 복사본 신청 접수를 중단하고 판매 회사에 대해서도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

1만7천명의 회원을 가진 한국전 참전용사협회를 통해 메달을 구입했던 노병 윌리엄 맥스와인(75)은 “노벨평화상으로 인정을 받는 일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는 전혀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시카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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